등산 후 고열·팔엔 검은 딱지…병원 갔더니 '깜짝' [건강!톡]

늦가을 '쯔쯔가무시증' 환자 급증
치료 안 받으면 2주간 발열 지속
"진드기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늦가을 맞이 등산을 다녀온 뒤 갑자기 고열이 나더니, 피부에서 검은색 딱지를 발견했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감염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쯔쯔가무시증'은 세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진드기에 물린 뒤 10일 이내 발열과 두통, 오한, 피부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진드기가 달라붙은 부위에 검은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이런 사례는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4주간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5배 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병의 매개체가 되는 털진드기 수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4주차(10월 29일∼11월 4일)에 발생한 쯔쯔가무시증 환자 수는 784명으로 41주차 145명에 비해 5.4배로 늘었다. 털진드기 밀도지수(채집 털진드기 수/트랩 수)는 41주차 0.58에서 44주차 1.83으로 3.2배가 됐다. 전년 동기 대비 누적 환자 수는 157명(7.0%) 줄어들었으나, 주차 별 털진드기 밀도지수는 0.46(33.6%) 올랐다.

쯔쯔가무시증은 3급 법정 감염병으로, 치명률은 국내 기준 0.1∼0.3%로 높지 않으나 증상의 강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털진드기 유충은 9월부터 11월까지 왕성하게 활동해 쯔쯔가무시증 환자의 50% 이상이 1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진드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에서 주로 발생한다.
쯔쯔가무시증을 앓는 피부 상태. /사진=보건복지부 블로그 캡처
잠복기는 6~21일로 다양하지만 대개 10~12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가 지나면 발열과 발한, 두통, 결막충혈, 림프절 비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이 시작되고 약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암적색의 원형 혹은 타원형의 발진이 몸통 피부에 나타났다가 수일 내에 사라진다. 감염자 대부분은 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부위에 가피(딱지)가 동반된 궤양이 나타난다. 구역,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계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겐 폐 침윤이 생기고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항균제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약 2주 동안 발열이 지속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쯔쯔가무시병의 예후는 양호한 편이나, 고령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발병하는 경우 드물게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범발성 혈관 내 응고 이상증, 급성신부전, 패혈성쇼크, 섬망, 혼수, 경련을 동반한 중추신경계 합병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쯔쯔가무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들이, 등산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진드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피제를 사용하거나 긴 소매와 긴 바지, 양말 등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풀밭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역시 기피제를 처리한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하고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는 것이 좋다.야외 활동이나 작업 시 휴식을 취할 때는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풀밭에 직접 눕거나 앉지 말고 돗자리를 사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활동이나 작업 중에 풀숲에 앉아서 용변을 보지 말아야 한다. 야외 활동 및 작업 후에는 즉시 샤워나 목욕해 진드기를 제거하고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 초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드기 물림이나 야외활동력을 알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