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매도 서비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작…기울어진 운동장 해결할까

디렉셔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
금융위에 인가 신청…별도 앱 내놓을 듯
과거 시범 운영서 7개월간 수십억원 유치

"블록체인으로 개인 공매도 문턱 낮추고
대여자와 차입자 이익 모두 높일 수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공매도 서비스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 그동안 공매도는 외국인이나 기관이 쉽게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개인은 접근하기 어려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인가가 제때 적절한 형태로 나올지,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반감 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개인 공매도 플랫폼, 금융위 인가 신청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의 계열사 디렉셔널은 최근 금융당국에 개인 대상 대차거래 플랫폼에 대한 인가 신청을 냈다. 디렉셔널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매도 서비스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기업이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상무를 지낸 이윤정 대표가 2018년 창업했고 바이브컴퍼니가 지난해 8월 인수했다.혁신서비스 지정 당시 디렉셔널은 신한투자증권과 협력해 이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매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공매도 금지로 인해 7개월만에 서비스가 돌연 중단됐다. 공매도 재개를 기다렸지만 2021년 6월 증권사 내부 사정으로 향후 협력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올 4월에는 혁신서비스 지정의 유효기간(2+2년)도 끝났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공매도가 뭔지 모르는 개인 투자자도 많았고, 협력사 방침으로 담보비율(증거금/공매도액)을 현재 금융위원회 규제보다 10%포인트 높은 130%로 했다"며 "이런 높은 문턱에도 7개월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개인 공매도를 성사시켰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인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잠재 이용자 수를 늘리고 서비스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 MTS 탑재보다 자체 앱을 내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대차중개서비스 인가 단위를 새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어떤 방식으로 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 이익 최대화

개인이 증시에서 공매도를 하기 어려운 건, 원하는 종목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직접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관은 거래 금액이 크고 신용도가 높아 공매도를 하는데 필요한 주식을 빌려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은 거래 금액이 기관에 크게 못미치고 신용도 역시 비교적 낮아 그렇게 할 수 없다.

디렉셔널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디렉셔널의 플랫폼에서 개인은 때로 대여자(빌려주는 사람)가 되고, 때로 차입자(빌리는 사람)가 된다. 대여자는 주식을 빌려주는 대가로 몇%의 수수료를 받을지 직접 정해 차입자에게 제시하고, 차입자는 여러 대여자의 조건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차입한 뒤 공매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양자 간 직접 연결을 통한 거래 비용의 최소화다. 주요 증권사가 현재 서비스를 제공 중인 '리테일풀'(개인이 보유한 주식을 외국인·기관에게 차입 물량으로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아 개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증권사가 거래를 주선해주는 대신 이용자가 중간 수수료를 낸다. 차입 기관은 대차종목 시가의 5% 이상(연 환산)을 내는 경우도 많지만 대여자에게 가는 몫은 평균 1%이고, 차액은 거래를 주선한 증권사에게 간다.이 대표는 "블록체인으로 양측을 직접 연결, 중개 수수료를 대폭 줄이면 대여자가 받는 수수료는 올라가고 차입자가 내는 수수료는 줄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대여자가 만족할 수 있는 높은 수수료율을 제공하면 더 많은 대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차입 가능한 종목 수와 물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 인가 여부·시기가 당면 과제

당면한 관건은 금융위의 인가 여부와 시기다. 디렉셔널은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이 끝나는 내년 7월 전 인가를 받은 뒤 금지가 끝나면 바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금융위가 디렉셔널의 바람대로 별도 앱을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허용할지가 확실치 않다. 대안으로 여러 증권사의 MTS에 서비스를 탑재하는 걸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확실히 된다는 보장은 없다. 첫 인가 때 디렉셔널이 신한투자증권의 MTS에 서비스를 탑재한 것도 금융위가 당시 "특정 증권사 한 곳을 통해 먼저 서비스를 해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인가를 받더라도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반감이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개인이 공매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개인도 인버스 투자를 많이 하듯이 공매도 역시 수요가 있을 것"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평균적인 금융 지식이 공매도를 할 만큼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했다가는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대상 공매도 서비스가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NH투자증권이 2016년 7월 선보인 ‘큐브 i셀렉트 롱숏플랫폼’이 그런 사례다. NH투자증권은 이 서비스를 출시 3년여 만인 2020년 2월 중단했다. 서비스 이용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두 종목을 정해 하나는 롱(매수)을 하고 다른 하나는 숏(공매도)을 하는 구조였다. 이런 복잡한 이용방법 때문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롱과 숏을 함께 하도록 만든 건 사실상 증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이 이 둘을 분리해 숏 서비스만 제공하지는 못했고, 차라리 서비스를 접는 길을 택했다.

양병훈/김세민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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