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값도 안 되는 돈" 폭로…수묵비엔날레 황당 행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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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인 하루.k, SNS에 글 올려전라남도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한 번에 잡았다"고 자평한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놓고 참여 작가들의 뒷말이 무성하다.
"190명 작가가 100만원씩 받았다"
작품 보관과 운송 등에 관한 약속 없고
일방적으로 작가의 의무에 대한 서약서만 작성
불공정 계약 의혹
"46억원 예산 중 작품비는 2억원 미만" 주장
작가들은 전시 계약서의 비밀 유지 조항과 수당 지급 등을 거론하며 '전라남도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사무국이 허술한 행정으로 작가들에게 분노를 안겼다'고 비난하고 있다.올해 국제수묵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 하루.k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나아질 수묵비엔날레를 기대하며 참여했던 작가로서 의견을 표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계약서를 3번 작성한 일 등을 전했다.
그는 "전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뒤 지난 6월 중순 계약서를 보는 순간 민망함과 분노가 들었다"며 "작가의 의무만 강조되고 운송·보험 등 대행업체 측의 의무는 하나도 명시되지 않았다. 계약과 관련된 비밀 의무 조항 역시 작가의 의무만 있어 작가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정된 계약서를 받았지만 역시 비밀 유지조항은 작가에게만 있어 이 조항이 삭제되지 않으면 전시를 못 하겠다고 한 뒤 결국 조항이 최종 삭제된 세 번째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하루.k는 작품 제작 시간과 경비 부족에 대해서도 개선점이 많다고 썼다.
그는 "수묵비엔날레는 아무리 좋은 작가가 참여해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 제작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두 달 남짓에 불과했고 아티스트 비용으로 지급된 금액은 100만원이었다. 참가한 190명의 작가가 같은 금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루.k는 "4점의 작품을 출품했고 1점당 액자비만 계산해도 100만원이 훨씬 넘어간다"며 "액자비 이외에 수묵의 확장성을 위해 보여주고 싶은 어떤 시도도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예산 범위에서는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고 털어놨다.그는 이어 "내가 받은 수묵비엔날레 예산자료에 따르면 3회 수묵비엔날레는 도비 40억원에 시군구비 6억원으로 총 46억짜리 사업이었다. 그런데 작가 아티스트비는 1인당 100만원에 참여작가가 190명이었으니 넉넉잡아 2억원으로 총예산의 4.3%쯤 된다"며 "수묵비엔날레가 작가의 작품 제작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짐작이 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하루.k는 "수묵비엔날레의 예산 중에 이상한 부분이 한 군데 있다. 22억5000만원의 행사 진행 용역을 한 업체에서 맡은 것"이라며 용역업체에 대한 의문도 표시했다.
그는 "광주비엔날레가 전시도록, 설치, 운송 등 전시에 필요한 용역을 따로 발주하는 데 비해 수묵비엔날레는 예산 46억원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일괄 용역 방식을 취했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총괄 대행을 맡은 A업체는 전시용역 전문업체라기보다 공연행사 전문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의 전시계약서도 이 업체가 작성했는데 언급했듯이 계약서를 보자마자 깜짝 놀랄 정도로 전시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하루.k는 "수묵비엔날레가 끝나고 이야기를 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결론은 이런 이야기의 공론화가 아프지만 조금 더 좋은 수묵비엔날레를 만든다는 생각이었다"며 "개선될 점은 개선되어서 좀 더 좋은 수묵비엔날레가 되길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하루.k의 글에는 다른 참여 작가들도 잇따라 문제를 지적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한 작가는 "계약서의 비밀 유지 조항을 지적하자 변화 없는 계약서가 다시 날라와 어쩔 수 없이 계약했다"며 "용역업체와 얘기하라고 사무국이 떠넘기기까지 했다"고 썼다.
하루.k는 광주 출신의 한국화 작가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를 주제로, 전남 목포시와 진도군 등에서 열렸다.19개국 19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3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총 43만여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무안=임동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