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영화감독] 日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1986년 일본의 유명 출판사 도쿠마쇼텐에 각본이 한 편 들어왔다. 소녀와 도깨비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였다. 도쿠마쇼텐은 각본을 혹평했다. “요즘에 누가 도깨비에 관심이나 있나.”

훗날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상징이 된 ‘이웃집 토토로’(1998) 얘기다.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토토로 인형은 일본에서만 200만 개 넘게 팔릴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미야자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란 칭호를 얻었다.그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태어났다. 항공사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행기 그림을 자주 그렸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엔 어릴 적 겪었던 전쟁의 참혹함, 원시 자연에 대한 동경 등의 메시지가 자주 등장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붉은 돼지’(1992), ‘모노노케 히메’(1997) 등이 그렇다. 그의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에서만 24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10년 만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왔다. 줄거리가 난해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국내에서 2주 만에 관객 150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