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실업급여가 취업 말리는 꼴…주휴수당은 시급에 포함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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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전문가 진단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기치 아래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화물연대 파업 해결, 노조회계 투명화 조치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고용·일자리정책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10개월째 감소할 정도로 고용의 질이 추락하고 있다. 고용보험(실업급여) 제도 개선은 여당발(發) ‘시럽급여’(달콤한 시럽에 비유할 만큼 실업급여가 많다는 의미) 발언 논란 등으로 소강상태다.
실업급여 하한액, OECD 최고수준
월급보다 더 주는데 일하고 싶겠나
최저임금 연동 풀고 하한액 낮춰야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백승현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이 사회를 봤다.▷백 소장=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어느새 1년6개월이 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 교수=현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관계 법치주의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법치가 무너지면 노사 자치와 상생도 사상누각입니다. 노동개혁은 고통이 따르고 인기 없는 정책인데도 미래 세대를 위해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봅니다.
▷김 교수=정부 출범 초기 국정과제에서는 노동개혁 방안이 제대로 구성이 안 된 느낌이었지만 닥친 과제를 해결하면서 ‘노사 법치주의’로 성과를 냈습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에 대한 대처가 인상적이었고, 법 테두리를 벗어난 집단 행동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보인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백 소장=실업급여 개편 논의는 ‘시럽급여’ 논란을 겪으면서 멈춰 섰습니다.
▷조 교수=외환위기 때 실업이 크게 늘어 급여 하한액이 설정된 이후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된) 하한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 됐습니다. 실업급여가 월급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져 정부가 오히려 취업을 말리는 꼴이 됐습니다.
▷김 교수=과도한 실업급여로 근로 의욕이 저하된다는 점은 OECD에서도 지적하는 바입니다. 빨리 다시 논의를 시작해 결실을 봐야 합니다. 하한액뿐만 아니라 상한액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이상 일하다 해고된 중산층 근로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저소득 근로자보다 오히려 큰데 상한액과 하한액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박 교수=최저임금과 실업급여 하한액을 반드시 연동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정 안정을 위해선 3개월 평균임금의 하한액은 OECD 평균에 준하는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백 소장=OECD 수준으로 하한액을 낮추면 저항이 상당할 텐데요.
▷박 교수=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급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연착륙도 가능합니다. 실업 직후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직활동을 오래 한다고 좋은 일자리를 구한다는 증거가 없습니다.▷백 소장=근로시간 개편은 노동계의 ‘주 69시간 프레임’에 걸려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김 교수=형식적인 노·사·정 3자 구조를 고집하지 않고 전문가 중심으로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안을 도출한 건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그렇게 만들어진 근로시간 개편안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정치력의 한계가 아쉬웠습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리더십을 발휘해서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봅니다.
▷백 소장=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이대로 괜찮은가요.
▷조 교수=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지 ‘국가 표준임금’이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장 기획재정부부터 공무원 인건비 책정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국가 표준임금성을 자인하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박 교수=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주거나 받는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최저임금 위원 추천을 양대노총이 독점하는 것도 최저임금 ‘정치화’의 한 원인입니다.▷김 교수=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봐야 하는 저임금 업종에서 되레 사업주들이 주휴수당 부담으로 인해 단시간 근로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주휴수당을 폐지하되 임금의 지나친 감소를 막기 위해 주휴수당 일부를 시급에 포함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봅니다.
정리=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