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도박 빠져 접었던 '야구선수' 꿈, 다시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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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기숙형 사이버도박 치유캠프 현장 탐방
'11박 12일' 멘토링·자아찾기 프로그램…'디지털 단절'에 중도 포기도
이해국 교수 "청소년 도박문제, 국가 차원 개입 필요" "도박에 빠지기 전만 해도 KIA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 양현종을 좋아했던 학생 야구선수였어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
중학교 3학년인 A(15)군이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댄 2년 동안 쓴 돈은 2억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날렸다. 도박 비용은 급우들과 학교 선배들에게 빌려서 충당했다.
도박에 빠진 아들을 보다 못한 부모는 결국 A군을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사이버도박 치유프로그램'에 보냈다.
15일 이곳에서 만난 그는 "중학교 야구부에서 투수와 포수를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며 "퇴소하면 도박을 끊고 야구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기숙형 사이버도박 치유 캠프'에는 A군과 같이 도박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려는 청소년 11명이 모여있다.
2015년 개소 이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왔고, 올해부터는 사이버 도박 치유캠프를 2회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11박 12일 동안 멘토와 상담 교사와 함께 지내면서 각종 상담과 금융·경제교육, 자아 찾기 프로그램 등을 받는다. 입소 청소년들은 캠프 기간 인터넷과 TV,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 중독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는 청소년은 2018년 65명, 2019년 93명, 2020년 98명, 2021년 12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8월에 이미 110명을 넘어섰다.
경찰청이 올해 9월 25일부터 11월10일까지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검거한 353명(구속 8명)에는 청소년 39명이 포함됐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유인되는 경로는 친구·지인이 알려준 경우(67.6%)가 대부분이었고 온라인상 도박광고(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 등도 있었다.
고교 1학년인 B(17)군도 급우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이버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시작했다.
초반에는 1만∼2만원을 베팅했지만,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을 때는 한 번에 900만원까지 걸었다.
수업 시간에도 휴대전화로 도박하는 B군을 본 담임 교사가 결국 이곳으로 보냈다.
그는 "주변에서 도박해서 돈을 따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박은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퇴소 후에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인 C군도 "아는 형이 해보라고 권해서 '바카라'를 시작했다"며 "퇴소하면 다시 도박할 것 같다"고 충동을 털어놨다.
이들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운영만으로 아이들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8년째 근무하는 한진미 청소년 상담사는 "퇴소 후에도 도박 중독 치료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도박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는데 어떻게 혼자서 끊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서 보내는 12일이 짧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중독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끈기가 부족한 청소년이 인내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초기 입소자 17명 중 5명이 초반에 중도 퇴소했다.
이날도 한 입소생이 복도에 소화기를 뿌리고 퇴소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이나 도박 등 모든 중독에서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디지털 접근성이 좋은 연령대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도박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캠프가 운영되는 사실은 반갑지만, 외부 정신 의료기관 등과 연계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며 "청소년 도박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국가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11박 12일' 멘토링·자아찾기 프로그램…'디지털 단절'에 중도 포기도
이해국 교수 "청소년 도박문제, 국가 차원 개입 필요" "도박에 빠지기 전만 해도 KIA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 양현종을 좋아했던 학생 야구선수였어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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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A(15)군이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댄 2년 동안 쓴 돈은 2억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을 날렸다. 도박 비용은 급우들과 학교 선배들에게 빌려서 충당했다.
도박에 빠진 아들을 보다 못한 부모는 결국 A군을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사이버도박 치유프로그램'에 보냈다.
15일 이곳에서 만난 그는 "중학교 야구부에서 투수와 포수를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며 "퇴소하면 도박을 끊고 야구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기숙형 사이버도박 치유 캠프'에는 A군과 같이 도박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려는 청소년 11명이 모여있다.
2015년 개소 이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왔고, 올해부터는 사이버 도박 치유캠프를 2회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11박 12일 동안 멘토와 상담 교사와 함께 지내면서 각종 상담과 금융·경제교육, 자아 찾기 프로그램 등을 받는다. 입소 청소년들은 캠프 기간 인터넷과 TV,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 중독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는 청소년은 2018년 65명, 2019년 93명, 2020년 98명, 2021년 12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8월에 이미 110명을 넘어섰다.
경찰청이 올해 9월 25일부터 11월10일까지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검거한 353명(구속 8명)에는 청소년 39명이 포함됐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유인되는 경로는 친구·지인이 알려준 경우(67.6%)가 대부분이었고 온라인상 도박광고(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 등도 있었다.
고교 1학년인 B(17)군도 급우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이버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시작했다.
초반에는 1만∼2만원을 베팅했지만,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을 때는 한 번에 900만원까지 걸었다.
수업 시간에도 휴대전화로 도박하는 B군을 본 담임 교사가 결국 이곳으로 보냈다.
그는 "주변에서 도박해서 돈을 따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박은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퇴소 후에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보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인 C군도 "아는 형이 해보라고 권해서 '바카라'를 시작했다"며 "퇴소하면 다시 도박할 것 같다"고 충동을 털어놨다.
이들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운영만으로 아이들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8년째 근무하는 한진미 청소년 상담사는 "퇴소 후에도 도박 중독 치료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반드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도박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는데 어떻게 혼자서 끊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서 보내는 12일이 짧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중독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끈기가 부족한 청소년이 인내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초기 입소자 17명 중 5명이 초반에 중도 퇴소했다.
이날도 한 입소생이 복도에 소화기를 뿌리고 퇴소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이나 도박 등 모든 중독에서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디지털 접근성이 좋은 연령대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도박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캠프가 운영되는 사실은 반갑지만, 외부 정신 의료기관 등과 연계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며 "청소년 도박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국가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