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강자 와이바이오로직스 "기술이전과 마일스톤으로 안정적 실적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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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IPO 기자간담회2021년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다 자진철회한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올해엔 성숙한 임상 데이터와 보완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라인업을 무기로 코스닥 상장 재도전에 나선다.
2024년 200억원 이상 매출 제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사진)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수준의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의 빠른 기술이전과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수령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신약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와이바이오로직스는 IPO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월 상장예비심사를 재신청해 9월 상장승인을 받았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시며 절치부심한 결과,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무기’의 수준이 2년간 크게 달라졌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먼저 선도 후보물질인 PD-1 면역관문억제제 ‘아크릭솔리맙’의 임상개발이 크게 진척됐다. 2년 전만 해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이번엔 한국, 호주, 태국 등 다국가에서 진행한 임상 2a상을 마치고 지난 7월 임상 결과를 수령했다. 희귀암인 신경내분비암(NEC)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25%를 보였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박범찬 와이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경쟁약품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또는 ‘옵디보’(니볼루맙) 등에 비해 우수한 반응률을 보였다”며 “아크릭솔리맙이 경쟁약품 대비 결합 면적이 넓어 암세포에 있는 리간드(PD-L1)에 더 단단히 결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트루다, 옵디보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주요 적응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희귀암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적응증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임상 2a상 결과를 근거로 이후 임상개발과 사업화를 맡아줄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있다. 키트루다, 옵디보 외에도 다양한 PD-(L)1 면역관문억제제가 출시돼 면역항암제 시장이 포화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ARB148(TGF-β SelecTrap)은 와이바이오로직스가 IPO 재도전에 앞서 새롭게 공개한 후보물질이다. 암의 전이를 돕는 TGF-β 인자의 활동을 막는 억제제다. 면역항암제와 병용시 우수한 효능이 기대돼 관련 인수합병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 머크(MSD)는 TGF-β 억제제 후보물질을 보유한 틸로스 테라퓨틱스를 2019년 인수했으며,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2020년 포비우스를 인수했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응ㄹ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없었다. 박 부사장은 “TGF-β 신호를 모두 차단하면 심각한 심장 독성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어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ARB148은 심장 독성을 경쟁약물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암 전이를 막는 효능 등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회사의 사업구조가 전반적으로 개편된 것도 IPO를 완주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혔다. 회사 관계자는 “2년 전엔 아크릭솔리맙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허가당국으로부터 승인(신속승인)을 받을 계획이었다”며 “IPO를 다시 준비하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임상 2b·3상 등은 파트너사가 맡거나 공동개발하는 방식으로 개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소수 후보물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다수 후보물질을 개발 초기에 기술이전하거나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개발에 나서는 쪽으로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항체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꾸준한 후보물질 개발로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2000억 개 인간항체를 보유한 라이브러리 또한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2020년 미국 바이오회사 픽시스 온콜로지에 기술수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YBL-001’에는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항체가 쓰였다. 항체약물접합체는 독한 화학항암제에 항체를 붙여, 약물이 암세포 주위에서만 활성화되도록 한 형태의 의약품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200억원 매출, 2025년엔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매출은 아크릭솔리맙의 기술이전을 전제로 했다. 2025년 매출은 새로운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선급금과 아크릭솔리맙의 새로운 임상 진입에 따른 단계별기술료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정했다.와이바이오로직스는 코스닥 상장으로 총 150만주를 공모해 최대 165억원을 조달한다는 게획이다. 희망공모가격은 9000~1만1000원이었으며,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공모가격을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334억~1631억원이다. 공모가는 오는 21일 확정되며 일반투자자를 위한 일반공모는 23~24일 진행한다. 상장예정일은 다음달 5일이다. 대표상장주관사는 유안타증권이 맡았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업으론 이례적으로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환매청구권을 받을 수 있다. 행사가능기간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까지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시 공모가격의 90%를 권리행사가격으로 주관사에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