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로 몸집 키우는 글로벌 기업들…국내 프로테오믹스 개발 현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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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명과학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단백질체학)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유전체를 넘어 단백체 분석으로 보폭을 넓히면서, 프로테오믹스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형 생명과학 기업들이 단백질 분석 플랫폼 기술 개발에 강점 가진 기업들과 전략적인 협업 및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 및 분석 기업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지난달 오링크프로테오믹스를 31억 달러(약 4조 1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오링크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임상 프로테오믹스 전문기업이다. 여러 질병의 주요 지표인 단백질을 첨단 분석하기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앞서 올해 1월에는 과학 장비 제조 및 분석 기업 브루커가 스위스 기업 바이오그노시스를 인수했다. 일루미나는 지난해 1월 소마로직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단백질 분석 기술 개발에 대한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미국의 대형 생명과학 기업들이 프로테오믹스를 차세대 기술로 낙점한 건 단백질 분석을 통해 유전자 분석보다 정확한 질병 예측 및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프로테오믹스는 유전자로부터 최종적으로 발현된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질병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사용한다. 혈액 내에 해당 단백질의 정량값 측정을 통해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DNA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지노믹스)이 1세대, DNA가 단백질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매개체인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이 2세대라면, DNA가 최종 번역돼 고유의 기능을 가지게 된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가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지노믹스 기반의 바이오마커 개발에서는 유전자를 분석해 변이를 찾아내고 해당 변이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한다. 그러나 2만5000개에 불과한 유전체만으로는 질병을 진단하기 어렵고,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질병이 발병된 것은 아니어서 질병의 현재 상태를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변이 유전자 조각(ctDNA 등) 검출 기반의 유전체학 진단법은 일반적인 혈액 검사 용도의 채혈 용량보다 많은 양(10~20ml 수준)의 채혈이 필요하다. 혈액 내에 변이 유전자가 극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확도 향상을 위해선 동일 시료에 대한 여러 번의 분석이 필요해 분석 원가가 높다.이 같은 유전체학 기반 바이오마커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단백체 기반 바이오마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전체가 인체의 설계도라면, 단백체는 실제 발현된 기능적 형질을 반영한다. 이에 질병에 대한 실시간 정보(Real time Data)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보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1ml 정도의 극미량 시료로도 분석이 가능해 유전체학 분석법 대비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테오믹스는 바이오 진단 시장의 트렌드가 유전자 중심에서 단백질로 옮겨가고,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각 단백질 분석 역량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프로테오믹스 산업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테오믹스 산업에서도 분석 하드웨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위를 확보한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응용 기반의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테오믹스 시장은 2021년 기준 259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에서 매년 16.6% 성장해, 2026년에는 559억 달러(약 73조원)로 5년간 약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프로테오믹스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테오믹스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베르티스가 꼽힌다. 베르티스는 국내에서 프로테오믹스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던 200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암 관련으로는 세계 최초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활용한 유방암 혈액검사 ‘마스토체크’를 상용화했다. 마스토체크는 1ml의 혈액만으로 초기 유방암을 92%의 정확도로 검진할 수 있다.
유방암뿐 아니라 췌장암 진단 솔루션 개발, 난소암 바이오마커 발굴 등 진단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단백질 정보값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 중이다.
한승만 베르티스 대표는 “거대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들의 전략적 협업 및 인수로 프로테오믹스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프로테오믹스 기술의 글로벌 격차가 크지 않고, 뛰어난 임상 연구 능력을 기반으로 임상 분야에서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프로테오믹스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이 2004년 미국에 설립한 유전체 분석 기업 소마젠은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소마젠은 2022년 오링크로부터 CSP(Certified Service Provider) 인증을 받아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로 지난해 16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는 11월까지 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보다 실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마젠 관계자는 “미국립암연구소(NCI)가 공식 지정한 헌츠먼암연구소의 일부 암 환자 샘플에 대해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 내 국가 연구기관 및 대학교 등에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올해는 미국립보건원(NIH) 등 국가기관 및 대형 병원까지 거래처를 늘려가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두 곳으로부터 수주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테오믹스 분석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시5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형 생명과학 기업들이 단백질 분석 플랫폼 기술 개발에 강점 가진 기업들과 전략적인 협업 및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 및 분석 기업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은 지난달 오링크프로테오믹스를 31억 달러(약 4조 1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오링크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임상 프로테오믹스 전문기업이다. 여러 질병의 주요 지표인 단백질을 첨단 분석하기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앞서 올해 1월에는 과학 장비 제조 및 분석 기업 브루커가 스위스 기업 바이오그노시스를 인수했다. 일루미나는 지난해 1월 소마로직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단백질 분석 기술 개발에 대한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미국의 대형 생명과학 기업들이 프로테오믹스를 차세대 기술로 낙점한 건 단백질 분석을 통해 유전자 분석보다 정확한 질병 예측 및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프로테오믹스는 유전자로부터 최종적으로 발현된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질병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사용한다. 혈액 내에 해당 단백질의 정량값 측정을 통해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DNA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지노믹스)이 1세대, DNA가 단백질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매개체인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이 2세대라면, DNA가 최종 번역돼 고유의 기능을 가지게 된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가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지노믹스 기반의 바이오마커 개발에서는 유전자를 분석해 변이를 찾아내고 해당 변이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한다. 그러나 2만5000개에 불과한 유전체만으로는 질병을 진단하기 어렵고,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질병이 발병된 것은 아니어서 질병의 현재 상태를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변이 유전자 조각(ctDNA 등) 검출 기반의 유전체학 진단법은 일반적인 혈액 검사 용도의 채혈 용량보다 많은 양(10~20ml 수준)의 채혈이 필요하다. 혈액 내에 변이 유전자가 극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확도 향상을 위해선 동일 시료에 대한 여러 번의 분석이 필요해 분석 원가가 높다.이 같은 유전체학 기반 바이오마커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단백체 기반 바이오마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전체가 인체의 설계도라면, 단백체는 실제 발현된 기능적 형질을 반영한다. 이에 질병에 대한 실시간 정보(Real time Data)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보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1ml 정도의 극미량 시료로도 분석이 가능해 유전체학 분석법 대비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테오믹스는 바이오 진단 시장의 트렌드가 유전자 중심에서 단백질로 옮겨가고,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각 단백질 분석 역량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프로테오믹스 산업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 기술 플랫폼 확립 후 응용 분야 성장 가속화될 것”
현재 프로테오믹스 산업은 지노믹스 산업의 태동기였던 2000년대와 유사한 양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일루미나는 2007년 유전체 분석 기업인 솔렉사를 인수하면서 NGS 기술을 확립했고, 이후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유전체 분석 시장의 승자로 급부상했다. 일루미나 같은 분석 하드웨어에 강점을 둔 기업이 생기면서 2010년대부터 가던트, 그레일, 10x지노믹스, 인바이테 등 유전체를 응용하는 진단 및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프로테오믹스 산업에서도 분석 하드웨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위를 확보한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응용 기반의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테오믹스 시장은 2021년 기준 259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에서 매년 16.6% 성장해, 2026년에는 559억 달러(약 73조원)로 5년간 약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프로테오믹스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테오믹스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베르티스가 꼽힌다. 베르티스는 국내에서 프로테오믹스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던 200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암 관련으로는 세계 최초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활용한 유방암 혈액검사 ‘마스토체크’를 상용화했다. 마스토체크는 1ml의 혈액만으로 초기 유방암을 92%의 정확도로 검진할 수 있다.
유방암뿐 아니라 췌장암 진단 솔루션 개발, 난소암 바이오마커 발굴 등 진단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단백질 정보값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 중이다.
한승만 베르티스 대표는 “거대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들의 전략적 협업 및 인수로 프로테오믹스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프로테오믹스 기술의 글로벌 격차가 크지 않고, 뛰어난 임상 연구 능력을 기반으로 임상 분야에서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프로테오믹스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이 2004년 미국에 설립한 유전체 분석 기업 소마젠은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소마젠은 2022년 오링크로부터 CSP(Certified Service Provider) 인증을 받아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로 지난해 16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는 11월까지 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보다 실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마젠 관계자는 “미국립암연구소(NCI)가 공식 지정한 헌츠먼암연구소의 일부 암 환자 샘플에 대해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 내 국가 연구기관 및 대학교 등에 프로테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올해는 미국립보건원(NIH) 등 국가기관 및 대형 병원까지 거래처를 늘려가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두 곳으로부터 수주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테오믹스 분석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7시5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