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가성비 AI칩'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SK 테크 서밋서 'X330' 공개
저가용 시장 집중공략 목표
유영상 사장 "AI 인프라 기대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인공지능(AI) 개인 비서 서비스 ‘에이닷’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X330을 공개했다. X330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은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테크 서밋 2023’에서 X330 발표회를 열었다.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생산했다.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제품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 작업을 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2020년 11월 출시한 X220 대비 속도는 4배, 전력 효율은 2배 높아졌다”며 “응용 범위도 넓어져 다양한 분야와 산업군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7㎚ 공정으로 만든 엔비디아의 L40S와 비교해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은 1.3배 우수하다고 주장했다.X330이 공략하는 분야는 추론용 AI 반도체 시장이다.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학습용 칩셋은 고성능이 필요해 단가가 비싸다. 개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엔비디아의 H100이 대표적이다. 추론용은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을 실행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아도 된다. 추론용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학습용보다 5배 이상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용 데이터센터 규모는 지난해 160만 대에서 2027년 619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류 대표는 “장기적으로 학습용 반도체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는 추론용 반도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X330의 또 다른 특징은 챗GPT의 원천 기술인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발표회에서 “사피온은 SK텔레콤 AI 피라미드 전략의 밑바탕인 AI 인프라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할 기대주”라며 “더 적은 전력으로 더 큰 퍼포먼스를 내는 칩”이라고 강조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AI 인프라, AI 전환(AIX), AI 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한다는 전략이다.한편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SK 테크 서밋 2023은 SK그룹 17개사의 192개 기술을 선보이는 테크 콘퍼런스다. 전시와 발표의 60% 이상을 AI 관련 기술로 채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