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과 혁신위 사이…'리더십 시험대' 오른 김기현

정치인 포커스

혁신위, 용산까지 끌어들여 압박
金 "당무에 대통령 언급 부적절"
당대표 권한 흔들리자 '불쾌감'

수도권 출마로 위기 돌파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좀처럼 실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김 대표가 16일 과거 자신의 행동과 모순된 두 가지 주장을 했다.

우선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가리켜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날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비롯해 ‘윤심’을 앞세워 당 대표에 올랐다.김 대표가 “당 내부 문제는 당 지도부가 공식기구 및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해결하는 시스템이고, 잘 작동 중”이라며 혁신위원회 역할에 선을 그은 것도 과거 자신의 말과 배치된다. 혁신위가 출범하던 지난달 23일만 해도 김 대표는 “혁신위는 활동 범위·안건 등에 전권을 갖고 자율·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혁신위 활동이 당 대표 권한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인 위원장이 예상 이상의 광폭 행보를 하며 내년 총선의 공천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 자신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의 거취까지 압박하고 있어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흔들리던 김 대표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를 이어주던 친윤 인사들이 불출마·험지 출마 대상에 오르며 자신에 대한 ‘용산’의 지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꾸고 비대위원장에 인 위원장을 앉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김 대표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관련 정책을 준비했다는 당 관계자는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에 천천히 제기하는 것이 맞았다”며 “혁신위 활동으로 당 지도부가 조명받지 못하자 김 대표가 일찍 던진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여권에선 김 대표가 수도권 출마 등 정치적 결단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수세에 몰리는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당을 이끌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종착지가 울산역(현 지역구)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김 대표도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혁신위에 떠밀려 수도권 출마 등을 결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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