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없는 경쟁"만 합의한 美·中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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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만난 바이든·시진핑미국과 중국 정상이 그동안 양국 갈등으로 중단된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이어가고 정상 간 ‘핫라인’도 개설하기로 했다. 대만과 수출 통제 문제 등에선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이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화벽’은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대화 재개·핫라인 개설
"무력 충돌 피할 방화벽 세워"
대만·수출통제 등에선 이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네 시간 넘게 양국의 관심사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뒤 1년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은 양국의 갈등을 줄일 필요성을 인정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국 모두에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공감대 속에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 악화로 단절된 군사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군사 대화 라인을 단절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합의로 양국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구하고 국방부 실무회담도 재개하기로 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람 중 누구든 양국 간 내용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지 우려 사항이 생기면 전화기를 들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대만 문제에서도 일부 접점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시 주석은 수년 내 대만을 침공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등이 있는데 시 주석은 전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양국 관계에 방화벽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차 멋지다"…시진핑 "중국산 훙치"
펜타닐 차단 공조·AI 협력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그동안 해온 대화 중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의 표현대로 일부 영역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규제에 협력하기로 한 게 대표적 예다. 양국은 사법당국 간 마약 대응을 공조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펜타닐과 관련해 정책·사법 공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지를 보여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두 정상은 양국 간 교류를 늘린다는 원칙에도 동의했다. 내년 초 양국 간 항공편을 대폭 늘리고 유학생과 문화·체육 교류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논의한 뒤 양국 정부 간 관련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양국이 AI 기술을 핵무기 등에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관련된 합의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저택 앞에 주차된 시 주석 의전차량을 보고 바이든 대통령이 “차가 정말 멋지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나의 훙치(紅旗)다. 중국산이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차량 내부를 본 뒤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 캐딜락과 비슷하다”고 했다. 시 주석 의전차량은 중국산 최고급 자동차 ‘훙치 N701’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에도 정원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 펑리위안과 생일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부인의 생일을 축하드린다”고 했고, 시 주석은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아내의 생일이 다음주란 것을 잊고 있었다. 일깨워줘 고맙다”고 화답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등이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최진석/워싱턴=정인설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