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플레 온다"…연말 대목 앞두고 소비 둔화 우려한 월마트

사진=AFP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이 앞으로 몇 달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식료품과 일반 소비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하락세로 반전될 수 있다”며 “월마트 소비자들이 향후 몇 달간 건조 식료품과 소모품에서 디플레이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모품은 치약 등 일상적인 소비재를 뜻한다.그는 “비식품 가격은 최근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공격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레이션이 오면 월마트는 비용 절감 압박이 커지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더 좋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최근 둔화되는 추세다. 15일 발표된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전월(3.7%)과 시장 예상치(3.3%)를 모두 밑돌았다.

이날 월마트는 3분기 매출이 1608억달러(약 20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1597억달러)를 웃돌았다. 다만 2024년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는 6.4~6.48달러로 제시하며 시장 전망치(6.48달러)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했다.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지난달 하순부터 식료품과 생필품 영역에서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쇼핑을 하지 않고) 버티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행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8.09%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식품과 생필품 매출이 전체의 반 이상인 월마트는 장기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고소득층이 월마트를 찾으며 반사이익을 봤다. 투자자들은 디플레이션이 오면 제품 가격이 인하되는 동시에 고소득층이 떠나가면서 월마트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는 평가다.

다만 맥밀런 CEO는 “생필품의 잠재적 디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의류와 가구 등) 일반 상품에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제품 판매가 늘면 월마트에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 유통업체 타깃은 매출이 4.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타깃의 최고성장책임자(CGO) 크리스티나 해닝턴은 “음식과 음료, 미용 및 일상용품의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 하락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브랜드들은 이런 추세를 활용해 가격을 인하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발 브랜드 반스는 최근 클래식 스니커즈 제품 일부의 가격을 약 5달러 인하했다. 일부 매장은 “일부 신발 가격을 인플레이션 이전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홍보 문구를 게재했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도 일부 데님 제품들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