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0% 성장하던 '이 나라'…'中 리스크'에 역성장 위기

아일랜드 GDP 성장률 전망치 5%서 -0.9%로
제약·반도체 등 다국적기업 수출 감소가 이유
중국 수요 감소·미중 갈등에 '中 수출'도 흔들
한 아일랜드 관객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FP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연평균 10% 성장하던 '켈트의 호랑이' 아일랜드가 올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이끌던 제약·반도체 다국적 기업들이 부진을 겪으면서다.

화이자 등 제약사, 팬데믹 종식에 성장 둔화

유럽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 가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일랜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인 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년 GDP 성장률은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분기 아일랜드 GDP는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인 동시에 유럽에서 최대 규모 역성장이다. 지난 2분기에는 전년 대비 0.7% 감소했고 1분기에는 1.1% 성장했다.

유럽위원회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에 대해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특정 영역에서 외부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수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위원회는 제약 부문을 거론하며 "팬데믹으로 인한 호황 이후 성장이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제약사 중 19개가 아일랜드에 제조공장과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코로나19 백신 판매량이 급감하자 아일랜드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위원회는 반도체와 위탁 제조 부문 수출 부진도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들었다. 아일랜드는 인텔이 제조공장을, AMD가 R&D(연구개발) 센터를 둔 유럽의 반도체 전초기지로 꼽힌다. 다만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과 내후년 수출에 대해서는 최근 아일랜드가 유치한 대규모 외국인직접투자(FDI) 등을 근거로 "전년도에 비해 역동성이 줄어들겠지만 흑자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간 6배 증가한 대중국 수출, 부메랑 되나

대중국 수출 증가는 아일랜드 경제가 지난 10년 간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중국 수요가 둔화하며 높은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스위스 식품회사 산하의 고급분유 생산업체 와이어스 뉴트리션이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달 아일랜드 애쉬튼 공장 직원 491명에게 2026년 초 공장을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주 판매처인 중국에서 신생아 수가 급감한 동시에 현지 공급업체가 늘어나면서다. 애쉬튼 공장 한 관계자는 "모든 계란을 중국 바구니에 담았다"라며 "잘 되면 환상적이지만, 안 되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일랜드의 대중국 수출 규모 추이. 단위: 10억달러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아일랜드의 대중국 수출 비율은 유럽 내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지난해 아일랜드 수출 총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유럽 내에서 독일(6.8%) 다음으로 높다. 아일랜드 국내 총생산의 2.6%가 대중국 수출에서 나왔다. 2012년 약 20억8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였던 아일랜드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10년만에 132억달러(약 17조1000억원)로 6배 넘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아일랜드의 대중국 수출의존도에 대해 "지정학적 분열이 심화하면 아일랜드의 기존 경제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수출통제가 향후 아일랜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기반을 둔 활동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해외 수출 활동 약세가 올해와 내년도 데이터에서 관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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