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디지털 전환시대 더 주목받는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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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엑스포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18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실시합니다. 부산이 우리보다 1년 앞서 엑스포 유치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끈질기게 따라붙었는데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이슬람 네트워크에 맞서 한국 민·관 ‘코리아 원팀’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1차 투표에서 ‘출석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도시가 나오지 않으면 29일 2차 투표까지 가야 합니다.

부산이 개최지로 결정되면 한국은 ‘올림픽·월드컵·(등록)엑스포’를 동시 개최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됩니다. 국격이 한 계단 높아진다고 할까요. 부산 엑스포는 또 2018 평창 동계올림픽(29조 원)의 2배인 61조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는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입니다. 인류 문명의 미래를 한국이 중심이 돼 보여준다는 의미도 큽니다. 4·5면에서는 엑스포 관련 궁금증과 엑스포가 디지털 시대에 갖는 의의, 성공 개최의 조건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등록 엑스포' 개최는 모든 국가의 로망
근래 아시아 국가들 엑스포로 위상

Q&A로 풀어본 엑스포 궁금증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코앞인데도 아직 궁금한 게 많을 겁니다. 엑스포 관련 궁금증을 Q&A로 정리해봤습니다.Q. 엑스포란 용어가 일반명사가 된 듯한데요.

A. 최초의 세계박람회는 1851년 영국에서 열린 ‘런던 만국 대박람회’였습니다. 이후 1867년까지 런던과 프랑스 파리가 번갈아 부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이 박람회를 영미권에선 ‘Exhibition(엑시비션)’, 프랑스에선 ‘Exposition(엑스포지시옹)’이라 부르다가 프랑스식인 ‘엑스포’로 통일됩니다. 1928년 세계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BIE)가 결성된 뒤로는 BIE 공인 엑스포와 비공인 엑스포로 나뉩니다.Q. 대전과 여수가 공인 엑스포를 열지 않았나요?

A. 대표적 공인 엑스포는 5년에 한 번씩 6개월간 열리는 ‘등록 엑스포(Registered EXPO 또는 월드 엑스포)’입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주제든 개최국이 내걸 수 있습니다. 2030년 부산 엑스포의 경우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가 주제입니다. 등록 엑스포 중간에 규모가 조금 작은 ‘인정 엑스포(Recognized EXPO 또는 전문 엑스포)’도 한 차례 열립니다. 3개월간 과학이나 환경 등 특정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됩니다. 대전과 여수 엑스포가 그런 행사였습니다.

Q.한국이 엑스포에선 중국에 뒤진 건가요?A. 2010 엑스포 유치전에는 여수도 참여했습니다. 2002년 BIE 총회 투표에서 상하이, 여수와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멕시코 케레타로 등 5개 도시가 각축을 벌였습니다. 여수는 4차 결선투표에서 상하이에 1위를 뺏깁니다. 직전 모스크바에 몰렸던 표가 대거 상하이로 옮겨간 때문입니다. 국제정치적 표 대결이 될 수밖에 없는 엑스포 개최지 결정의 냉정한 현실입니다. 여수는 이후 인정 엑스포 유치로 방향을 틉니다.

Q. 엑스포 개최는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나요?

A. 엑스포는 관광객 증가, 도시 발전, 국가 이미지 개선 등 효과가 상당합니다. 1880년 엑스포 개최로 변방의 마을에서 국제도시가 된 호주 멜버른, 2010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창장삼각지 일대를 대규모 경제 산업 벨트로 변모시킨 중국 사례가 두드러집니다. 부산도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던 북항 항만을 엑스포 개최 장소로 정해 도심을 재개발하고,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첨단 기술력을 소개하고, 한류를 더욱 확산시키려 합니다. 부산은 개최지로 확정되면 세계 200여국·3480만 명의 관람객 유치, 4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 18조 원대의 부가가치, 50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Q. 엑스포가 국가 위상 경연장이 된 듯한데요.

A. 엑스포에선 나라의 위상을 뽐내려는 개최국의 욕구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1만8000개의 판유리를 사용해 지은 1851년 런던 박람회 개최지 수정궁(The Crystal Palace)은 산업혁명에 기반한 영국의 앞선 기술력과 국력을 상징했습니다. 전화기·타자기·재봉틀 등 혁신적 제품으로 산업 강국의 등장을 알린 1876년 미국 최초의 필라델피아 엑스포, 에디슨과 포드가 활약한 1915년 샌프란시스코 엑스포도 그랬습니다. 1889년 나폴레옹 3세 시절 개최된 파리 엑스포는 에펠탑이 위용을 드러낸 박람회로 유명하죠.

Q. 엑스포 개최 흐름이 아시아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A. 일본은 1867년 파리 세계박람회 이후 유럽에 자포니즘(Japonism, 일본풍)을 유행시킵니다. 그리고 100년 뒤인 1970년 오사카 엑스포로 경제·문화·평화 국가 이미지를 세계에 과시합니다.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엔 전 세계 192개국이 참가하고 7300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관람객 기준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중국몽(China Dream)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행사를 통해 보여준 셈이죠. 2020년엔 두바이가 바통을 이어받아 엑스포를 개최했습니다.

NIE 포인트

1.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고 공인해주는 국제기구의 역사를 살펴보자.

2.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의 차이점을 찾아보자.

3. 엑스포를 통해 국격을 드높인 사례를 더 탐구해보자.


인터넷에 100년 앞서 지구촌 연결 축제
공통 문제에 대처하는 플랫폼 됐죠

2012년 5월 11일 밤 여수 엑스포 박람회장 내 빅오(big-O) 광장에서 전야제를 겸한 개막식 축포가 터지고 있다. 한경DB
연초만 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여론 주도층)들이 주목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미국 CES(소비자가전쇼) 행사입니다. CES에서는 과학기술 문명의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기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보다 휠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사가 엑스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디지털 시대에 더 중요해진 엑스포

엑스포는 CES가 포괄하는 주제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과거 엑스포는 산업기술 전시, 문화 교류, 국가 브랜드화 등의 취지로 열렸습니다. 최근엔 인류 문제 해결로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 때부터 뚜렷해집니다. 당시 주제는 ‘인류-자연-기술-떠오르는 새 세상’이었죠.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선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삶’, 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선 ‘지구에 식량과 생명 에너지를’이 주제였고,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우리의 삶을 위한 미래 사회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이며 인류 문명을 바꿔놓은 발명품이 무수히 많습니다. 수세식 화장실·고무 타이어·엘리베이터·엑스레이·TV, 전화기·전자계산기·타자기·아이맥스 영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요, 이런 20세기 문명의 아이콘들은 상업적 목적만으로 개발된 게 아닙니다. 인류를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고, 인간 존엄을 더욱 높이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BIE 협약 제1조도 엑스포를 “인류의 노력과 그로 인해 성취된 발전의 모습,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의 계몽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도 엑스포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사회적 자본’ 창출에도 기여

엑스포는 인터넷에 100년 앞서 출현해 지구촌을 연결한 인류 최고·최대의 국제행사입니다. 엑스포 관람객은 직접 가보지 못한 외부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그 속에서 인류가 봉착한 큰 문제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는 네트워킹과 규범을 만들기에 노력했습니다. 폴란드 그단스크대 교수인 하베레크-카르바츠카는 2017년 지리학 저널에 실은 논문 ‘지역경제 개발에 대한 메가 이벤트의 영향’에서 엑스포는 인류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형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적 자본 투입과 확대만으로는 지구촌 공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엑스포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엑스포 성공, 체험·참여가 좌우

엑스포 개최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내고 성공하느냐는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1998년 저서 <체험경제학>에서 제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억에 남을 체험이란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체험을 크게 네 가지, 즉 현실 탈출적·심미적·교육적·오락적 체험으로 분류하고 이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엑스포는 그런 체험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공간입니다. 1855년 파리 엑스포에서 영감을 얻은 20대 공학도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30여 년이 지난 1889년 파리 엑스포가 다시 열렸을 때 거대한 철골 구조물 에펠탑을 제작해 선보인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젊은 세대가 미래의 세계를 체험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성공한 엑스포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활발한 시민 참여입니다. 폴란드 우치 대학의 헤레즈니액 교수 등은 2018년 논문 ‘시민 참여, 지역 브랜딩과 메가 이벤트’에서 리스본, 사라고사, 밀라노 등 엑스포 개최 도시의 시민 자원봉사가 엑스포의 핵심적 콘텐츠를 구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민은 엑스포를 홍보하고 평가하는 중요 역할을 하고, 이런 시민 참여에 엑스포의 성공이 좌우된다는 겁니다.

NIE 포인트

1. 엑스포를 통해 어떤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2. 엑스포가 미래세대에 영감을 준 사례를 더 찾아보자.3.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