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전자편집 치료제 시대 '활짝'…재조명 받는 툴젠

英MHRA, 세계 최초 크리스퍼 유전자편집치료제 조건부 승인
버텍스·크리스퍼 ‘엑사셀’
내달 8일 美FDA 승인 여부 결정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 ‘엑사셀’(성분명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이 ‘카스거비’라는 제품명으로 영국에서 먼저 판매 허가를 받았다. 크리스퍼 카스9(Cas9)을 활용한 최초의 유전자편집치료제가 탄생하며 특허 기술을 보유한 툴젠도 주목받고 있다.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카스거비가 12세 이상의 겸상적혈구빈혈(SCD) 및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TDT) 환자의 치료를 위해 영국의약품규제당국(MHRA)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SCD와 TDT는 적혈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혈액 질환이다. SCD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낫 모양의 적혈구가 생겨나고 이로 인해 적혈구가 혈관을 통과하지 못한다. TDT는 헤모글로빈 생성에 문제가 생기며 나타나는 빈혈의 일종이다.

양사는 카스거비에 대한 SCD와 TDT에 대한 두 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12개월동안 심각한 혈관 폐쇄위기(VOC)가 없거나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각각의 결과를 확인했다. 버텍스는 카스거비로 인한 치료 효과가 평생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마르스 쿨카르니 크리스퍼테라퓨틱스 대표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자격을 갖춘 환자들을 위해 노벨상 수상 기술을 적용한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엑사셀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를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는 DNA의 염기서열 중 특정한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가이드RNA와 유전자를 잘라내는 카스9를 결합해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엑사셀은 환자 본인의 줄기 세포를 채집하고 체외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태아형 헤모글로빈(HbF)의 생성을 유도한 후 다시 투여한다. 엑사셀은 HbF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BCL11A라는 유전자를 편집한다.

미국 FDA는 SCD에 대한 우선 심사 및 TDT에 대한 일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처방의약품 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각각 내달 8일과 내년 3월 30일까지 심사 결과가 나온다.SCD 치료에 대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FDA 자문위원회는 엑사셀의 효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며 15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할 것을 권했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참조해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툴젠 상한가… 美특허 저촉심사 결과도 주목

최초의 크리스퍼 유전자편집치료제 탄생으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인 툴젠의 주가는 11시 17분 기준 전일 종가 대비 29.83% 오른 6만1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툴젠은 크리스퍼 카스9 특허로 미국 유럽 호주 중국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인도에서 등록했다. 다만 미국에서의 특허권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특허를 출원한 CVC그룹(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오스트리아 빈대, 엠마누엘 샤르펜티에 교수를 통칭하는 용어) 및 브로드연구소와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세 기관은 기술 적용 범위 및 각자의 발명 시기가 누가 앞섰는지에 대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저촉 심사를 진행 중이다. 툴젠에 따르면 툴제는 두 기간과의 저촉심사에서 선순위 권리자(senior Party) 지위를 획득했다. 후순위권리자(Junior Party)가 선발명을 증명하지 못하면 툴젠이 선발명자로 인정된다.

현재 CVC그룹과 브로드웨이의 저촉심사에서는 브로드연구소가 승소했고 CVC그룹이 항소했다.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툴젠의 저촉심사는 일시중단(suspended)됐다.

툴젠은 “내년 상반기에 브로드와 CVC 결과가 나온 후 툴젠과의 저촉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대부분의 특허 분쟁이 판결 전에 협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삼자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저촉심사로 인한 법무비용 부담이 높고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영국 및 미국에서의 품목허가를 계기로 세 기관의 합의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툴젠이 저촉심사나 협상으로 미국에서의 권리를 인정받는다면 그동안 브로드연구소나 CVC그룹이 이전한 기술의 대가도 소급해서 받게 된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0시5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