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쳐 저널리즘 정신을 추구했던 9명의 언론인 [책마을]

아웃퍼포머의 힘

송의달 지음/W미디어
335쪽|2만원
Getty Images Bank
“한국 언론은 지금 3~4중(重) 위기를 겪고 있다.”

<아웃퍼포머의 힘>은 이런 진단으로 시작한다. 저자 송의달은 30년 넘게 기자로 일한 현역 언론인이다. 그는 한국 언론이 “팩트(사실)보다 진영 논리에 입각한 가짜뉴스 범람에 따른 신뢰 위기,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수용 못 하는 전환의 위기, 그리고 사안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안 제시, 권력 비판 같은 언론 본연의 사명감이 옅어지는 전문직주의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대안은 ‘퀄리티 저널리즘’이다. 믿을 수 있고 사안을 깊게 파고드는 질 좋은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그 본보기가 될 만한 9명의 언론인을 소개한다.

탐사보도 기자이자 저술가인 밥 우드워드, 최고의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전설적인 방송인 월터 크롱카이트와 바버라 월터스, 미국 언론계의 기둥인 제임스 레스턴, 정치부 기자의 대부(代父) 데이비드 브로더, 여기자 가운데 퓰리처상을 처음 받은 마거리트 히긴스, 아서 옥스 펀치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 박권상 전 KBS 사장 등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에 계속 남아 ‘9·11 테러’ 기획 시리즈로 2002년 퓰리처상을 한 차례 더 받았다. 백악관, 연방대법원,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등 미국 핵심 국가 권력 기구를 심층 취재한 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80세인 2023년 현재도 편집국 부편집인으로 일하는 중이다. 저자는 “우드워드는 입사 1년 차도 안 된 풋내기 기자 시절에 워터게이트 대특종을 한 기자라는 명성에 안주하지 않았다”며 “50년 넘게 꾸준한 노력으로 전문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했다.

“저널리즘이 정권의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권력의 남용 등을 계속 감시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속적 보도를 통한 권력 감시의 압력이 중요하다. 언론의 역할은 그런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밥 우드워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직업이 있다고 가정할 때 신문기자가 최우선으로 꼽혀야 하며, TV 뉴스 앵커맨은 신문기자보다 두 배나 더 정치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기자에 대한 신뢰는 그가 지니고 있는 진실성에 있다.” (데이비드 브로더) “기자 직업은 역사를 상대로 끊임없는 지적(知的) 경쟁을 자극하는 일이다. 그 일에는 마감 시간이 있고, 최고의 정보와 최고의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무한한 독서와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신문기자 일에 한 번도 흥분을 잃어본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기자직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마거리트 히긴스)

9명의 언론인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저널리즘 정신과 그 분투는 감동을 준다.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