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안 놓고 미적대는 국민의힘…소수여당 계속하고 싶은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기현 대표가 어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만났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놓고 혁신위와 당 지도부가 갈등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만난 터라 주목됐다. 하지만 갈등 증폭만 막았을 뿐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김 대표는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달라”면서도 지도부·중진 ‘희생’과 청년 비례대표 50% 등 이미 낸 혁신안 실행에는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에는 (논의) 절차와 논의기구를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인 위원장의 요청이 무색해진 셈이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 혁신위나 비대위를 꾸리는 건 상황이 통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데 혁신위 출범 후 국민의힘이 보인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혁신위가 낸 세 가지 혁신안 중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만 수용했을 뿐 불출마 등의 희생 요구를 받아들인 사람은 초선 이용 의원뿐이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과 원내대표까지 지낸 5선의 주호영 의원은 서울행을 거부했다. 혁신위 출범 때 전권을 주겠다고 한 김 대표도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며 딴소리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의 실상을 확인한 후 비상이 걸려서 만든 게 혁신위다. 그런데도 혁신위의 제안마다 이런저런 토를 달고 김을 빼는 것은 결국 같이 망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 혁신위의 권고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오죽하면 “혁신 대상들만 불편해한다”는 말이 나오겠나. 혁신에는 고통이 따르고, 몸에 좋은 약은 쓰다. 다음 총선에도 소수 여당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전향적 호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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