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업체, 韓 자회사 통해 中에 장비 우회수출"

美당국, AMAT 불법여부 조사중
中은 규제공백 이용 장비 '사재기'

미국 반도체장비 회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중국 반도체기업 SMIC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해 미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 기업인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회사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AMAT가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대상인 SMIC에 수백만달러어치 장비를 미국 당국의 허가 없이 판매했다는 혐의로 미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AMAT는 미 매사추세츠주에서 생산한 장비를 한국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SMIC에 우회 수출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해당 장비 판매는 2020년 12월 상무부가 SMIC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다. 지난 8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SMIC의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적용된 스마트폰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SMIC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규제 공백 기간을 활용해 반도체 장비를 사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일본은 지난 7월, 네덜란드도 9월부터 본격 동참했는데, 이미 올 상반기에 장비를 대거 사들였다. 중국은 올해 1~8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를 32억달러(약 4조1000억원)어치가량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1% 증가한 수치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