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묵은 '소주' 뚜껑 열렸다…구광모, LG 선수들과 축배

구광모 LG그룹 회장 "선대 회장님 누구보다 기뻐하실 것"
"많은 이들 볼 수 있도록 전시"…롤렉스 시계는 LG에 기부
프로야구 LG 트윈스 구단주인 구광모 LG 그룹 회장(오른쪽)과 차명석 LG 단장이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 홀에서 열린 2023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기념행사에서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아와모리 소주를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29년 전 생전에 준비한 아와모리 소주가 드디어 봉인 해제됐다. 아와모리 소주는 구본무 선대회장이 1994년 LG 프로야구팀 우승 이후 "또 우승하면 축배를 들자"며 준비한 축하주다. 그동안 LG가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면서 항아리는 열리지 않았으나, 지난 13일 최종 우승을 거두면서 이날 뚜껑이 열렸다.

LG는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 홀에서 '2023 프로야구 통합우승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관계자들과 선수단, 프런트 등 160여명이 자리했다.LG는 우승 축하 영상 상영, 선수단 소개에 이어 우승 트로피 전달식, 염경엽 감독과 주장 오지환의 감사 인사 순서로 기념행사를 이어갔다. 기념행사의 분위기는 구본무 선대 회장이 1995년에 직접 마련한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의 등장으로 고조됐다.

구광모 회장과 차명석 LG 단장은 직접 소주를 따라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이 소주로 축배를 했다. 구광모 구단주는 건배 제의를 하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라며 "하늘에서 보고 계신 (구본무) 선대 회장님께서 누구보다 굉장히 기뻐하시며 이 자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팬들은 더 이상 (이전 KS 우승 연도인) '1994'가 아니라 '2023'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기쁨의 숫자를 늘려가며 팬들의 마음속에 오늘의 멤버들이 영원히 기억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LG 트윈스 오지환(오른쪽)이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 홀에서 열린 2023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기념행사에서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부터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1998년에 구매했던 롤렉스 시계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와모리 소주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전통주로, 안남미라고 하는 태국 쌀을 쪄서 만든다. 여기에 검은 누룩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후 이를 증류해 항아리나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아와모리 소주의 특성상 장기 보관으로 맛과 향이 깊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롤렉스 시계 전달식도 진행됐다. KS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오지환은 구광모 회장으로부터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를 받았다.

오지환은 왼팔을 번쩍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구광모 구단주는 "오지환 선수의 그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며 "그 뜻을 담아 '한국시리즈 MVP, 캡틴 오지환'의 이름으로 의미 있게 전시될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했다.LG 야구단을 진심으로 아꼈던 구본무 전 회장은 1994년 LG가 KS 우승을 차지하자 다음 우승을 기원하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지에서 아와모리 소주 3통을 직접 구매했다. 이후 1998년 해외 출장 중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다음 우승 때 KS MVP에게 지급하라"고 구단에 전달했다.

구 전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는 이후 20년이 넘도록 베일에 감춰져 있었고, 구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구본무 전 회장의 유품인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 소주는 LG가 29년 만에 KS에서 우승한 올해 주인을 찾게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오지환은 구 전 회장의 유품을 직접 찰 수 없다며 롤렉스 시계를 LG 그룹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광모 회장은 그 뜻을 받아들였다.LG를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의 절실함, 구단주님과 프런트, 그룹 임직원분들의 든든한 지원으로 통합우승 결실을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통합우승이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강한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