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제 2의 호황기 맞을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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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실버타운, 즉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료시설은 그에 발맞춰 건설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입주가 예정된 실버타운은 여전히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을 예로 들면 올해말부터 2025년까지 인천 서구의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139가구), KB평창카운티(164가구),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536가구), 서울 강서구 ‘VL르웨스트’(810가구) 등 총 1649가구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 고령화율은 20%에 도달할 겁니다.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입니다.
다행히 새로운 주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병원에 한정되던 실버타운의 운영주체들이 보험사와 호텔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KB라이프생명은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서울 서초와 위례 등에서 이미 요양시설을 운영해 왔습니다. 올해 12월 드디어 첫번째로 선보이는 실버타운을 옛 부촌인 종로구 평창동에 오픈합니다. 164가구, 8개 타입인데 실버타운의 입소연령 제한을 없앴습니다. 더 큰 장점은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2025년까지 ‘은평빌리지(가칭)’, ‘광교빌리지(가칭)’, ‘강동빌리지(가칭)’를 차례로 개소할 예정입니다.이에 더해 신한라이프가 실버타운 조성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서울시 은평구에 노인복지주택 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는 요양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노인요양시설을 넘어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하는 겁니다. 신한라이프는 이미 2021년8월 사내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요양사업 진출을 준비해왔습니다. 2023년 1월 금융위원회에 요양업 영위업무 인허가 신고도 완료했습니다. 생명보험회사가 사업적 연관성이 높은 요양사업에 진출한다면 도심권에 관련 시설을 늘리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서울시 강서구에서 5성급호텔을 운영중인 메이필드호텔은 롯데호텔에 이어 실버타운 사업에 뛰어듭니다. 현재 메이필드호텔스쿨로 운영되는 건물을 고급실버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2024년 착공해서 2025년까지 조성사업을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수도권만이 아닙니다. 지방에서 실버타운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습니다. 대구백화점을 인수해서 실버타운으로 개발하려는 차바이오그룹이 대표적입니다. 폐점 2년이 지났지만 경영권 인수협의가 지지부진했던 대구백화점이 차바이오그룹에 의해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인수협의는 마쳤으나 인수자금 마련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추후 대구백화점 본점 건물 및 부지에 대한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부산에서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옛 한화갤러리아 부지에 지하5층 지상 최대 73층 규모의 초고층 고급 실버타운 2개동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올해 11월3일 제11회 부산시 건축위원회에서 개발계획안이 조건부로 의결됐습니다.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학습권과 일조권에 위협이 된다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재점검이 필요한 조건이 어렵지 않아 사업자의 의지만 있다면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지어 수도권과 지방이 협력해서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구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시에 서울 은퇴자들이 이주할 수 있는 대규모(2700가구)의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업무협약이 올해 11월8일 서울시와 강원도, 삼척시, 서울도시개발공사, 강원개발공사 간에 체결되었습니다. 일명 ‘골드시티사업’이라 명명되는 이 계획은 서울시가 구상중인 상생형 순환주택사업 중 하나입니다.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서울지역 내 은퇴(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주택연금 등과 연계해 생활비와 신규주택을 제공하고, 기존주택은 서울도시개발공사가 매입 또는 임대해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재 공급하는 모델입니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와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시는 삼척시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골드시티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병원 등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주체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회사에서 실버타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현재 양적으로 부족한 실버타운의 문제를 해결하고 질적인 서비스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세한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실버타운 시장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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