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통했다…한 달새 '1300대 판매' 대박 난 전기차

아이오닉6·EV9 거뜬히 제친 레이EV
높은 인기에 납기 대기 시간도 5~6개월
중국산 배터리 탑재해 원가 절감
낮은 가격 매력적…"3040에 인기"
더 기아 레이EV/사진=기아
기아가 올해 9월 출시한 전기차 '레이EV'가 인기다. 중국산 배터리 탑재로 원가를 절감해 합리적 가격대를 갖춘 경형 전기차라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레이EV는 1300대가 팔리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중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아이오닉5(1471대), EV6(1564대)와 불과 200대 안팎의 차이다.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6(472대)과 EV9(833대)보다 월등히 많이 팔렸다.더욱이 아이오닉5와 EV6가 지난 10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맞춰 진행한 추가 할인 전기차 대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레이EV의 판매량은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레이EV는 전기차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 덕분에 레이EV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비교적 긴 출고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달 납기표에 따르면 레이 EV의 대기 시간은 5~6개월이다. EV6(3~4주), EV9(3~4개월), 아이오닉5(4주), 아이오닉6(3주) 등 다른 전기차들보다 길다.

레이EV는 사전 예약 6000대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이 중 개인 고객이 전체의 약 5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40 세대가 72%였다. 가장 많이 계약된 트림은 4인승 승용 에어 트림이었다. 기아는 올해 레이EV 판매량 목표치를 4000대로 잡은 바 있다.이러한 인기는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례적 돌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등록 전기차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11만7611대다. 작년 같은 시기에는 전년 대비 62.8% 성장했었다.

인기 비결로는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레이EV는 중국 CATL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를 낮춰 국내 최초 출시된 경형 전기차다. 레이EV 가격(4인승 승용 라이트 기준)은 2775만원이지만,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대중화를 위해 저가 전기차를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고가 전기차 전략을 써왔던 테슬라도 최근 3000만원 대의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LFP 배터리를 탑재하거나 탑재 예정인 전기차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KG모빌리티가 출시한 토레스EVX가 중국 BYD(비야디) LFP 배터리를 탑재, 3000만원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형 전기차로 출시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모델Y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중국에서 제조해 국내 기준 2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포드 등도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18년 7%에서 지난해 27%까지 상승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