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노출 방송'에 센터장 갑질 의혹까지…고용부 '곤혹' [관가 포커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가 최근 소속 직원의 일탈행위 및 갑질 제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해야 할 고용부 내부에서 정작 갑질 논란이 일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직원이 BJ 활동을 하면서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저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17일 고용부 직원 전용 게시판에 한 지방고용센터 소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게시판은 고용부 직원이 실명으로만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지방고용센터는 지방노동청 관할기관이다.게시판에 글을 쓴 직원은 해당 센터장이 본인이 출장을 나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출장을 잡지 않으면 실업급여 담당 업무로 보내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센터 소장이 출장을 나가려면 현장 실무자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한 고용부 직원은 “센터장이 출장을 가는 경우 소정의 수당이 지급되며 현장에서 이런저런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게시판에 올린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장 요청 없이 센터 소장 스스로 출장을 나갈 수는 없기에 직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센터장이 실업급여 업무를 폄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고용부 근로감독관은 “게시판에 올린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사권 전횡을 암시하는 발언은 실업급여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게시판에 글을 쓴 직원은 센터장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특근 매식비로 저녁 식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특근 매식비는 직원들이 야근을 할 때 식비로 받는 돈이다. 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한 직원이 7000원을 식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한 고용부 직원은 “연장근로가 거의 없는 센터장이 특근 매식비로 계속 식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액수가 한정된 특근매식비를 센터장이 많이 사용하면 실제로 야근한 다른 직원들이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용부 직원은 “일부 지방청에서는 식당에 밥먹은 내용을 장부에 달아 놓고 사후 정산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특근 매식비가 부족하면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메꿔야 된다”고 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고용부 직원은 “저것 말고도 많은데 무능한 센터소장 날려버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창구가 어딘가”라고 묻기도 했다. 고용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를 검토 중이다.고용부 관계자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내용만 놓고 사실 판단을 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해당 지방고용센터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부처 안팎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주무관인 20대 여성 A씨가 임용 전 대기 상태인 ‘시보’ 신분으로 인터넷 방송에서 BJ 활동을 하고 노출을 감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 특별사법경찰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비록 발령을 받지 않은 시보 상태지만 공무원 신분일 뿐 아니라 방송에서 자신의 신분까지 밝혔다는 점에서 징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 과정에서 후원금 등 금전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한 고용부 과장급 직원은 “갑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부처 내부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털어놨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