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지"…파리 명물 철거 둘러싼 잡음

프랑스 파리시가 내년 하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센 강변의 노천 서점 일부를 철거했다가 재설치했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파리시는 이날 저녁 센 강변의 녹색 노천 서점 4개를 난간에서 떼어냈다.시 관계자들과 철거업체가 서점들 안에 쌓여 있던 수백 권의 책을 먼저 치운 뒤 대형 크레인이 서점을 하나씩 들어 올려 트럭에 실었다. 수 시간 뒤 파리시는 철거했던 서점들을 제자리에 돌려놨다.

이날 작업은 내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예행연습이다.

내년 7월 26일 열리는 개막식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 밖인 센강에서 열린다. 이에 파리 경시청과 파리시는 센 강변의 노천 서점들이 개막식 시야를 가릴 수 있고, 폭발물 은폐에 사용될 수 있다며 전체 900개 중 개막식 경로에 놓인 약 600개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이다.파리시는 대신 올림픽 기간 가판대를 보수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재설치하는 방안, 센강 근처 라탱(Latin) 지구에 별도의 '서점 마을'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점 주인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테스트 철거를 지켜본 미셸 부에타르 파리 서점문화협회 사무총장은 AFP 통신에 "이건 생니를 뽑는 것과 같다. 단지 4시간의 기념식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전쟁도 우리를 사라지게 못 했는데 올림픽이 해냈다"고 비판했다.제롬 칼레 협회장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면서 "한 번 철거되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칼레 회장은 "이들 중 230여개 서점 주인은 다른 수입원이 없다. 몇 주 동안 일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법정 다툼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센 강변의 노천 서점은 중고 서적이나 기념품 등을 판매, 파리를 대표하는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