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서 멈춘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이것' 때문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롤러코스터가 갑자기 멈춰섰다. 같은 시각 용인, 수원, 평택 오산, 하남, 화성 등에 있는 아파트, 상가 엘리베이터도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단 0.05초 동안 전압이 급속히 낮아진 '전압 강하' 때문이다.

1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도 곳곳에서 발생한 사고의 1차 원인은 평택시 고덕 변전소의 개폐기 절연체 파손이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덕 변전소는 서해안 화력 발전소 등지에서 송전선을 타고 넘어오는 고압 전기를 받아 전압을 낮춰 수도권 남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곳이다.

개폐기 절연체 파손으로 자동으로 고장 복구 전까지 0.05초 동안 고덕 변전소를 거쳐 수도권에 공급되는 전기 전압이 급속히 낮아졌다. 전압이 낮아지면서 기기 보호나 안전 운영 차원에서 순간적인 전압 강하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장치가 달린 놀이기구, 건물 엘리베이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멈췄다.

이번처럼 수도권 전력 공급의 관문이 되는 간선 격인 345kV 변전소의 설비 이상으로 수도권 거의 절반에 가까운 광범위한 지역에서 '불량 전기'가 공급돼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주 짧은 전압 강하라도 놀이기구나 엘리베이터를 멈춰 선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사고 때 평택과 이천 등지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자체적으로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생산 차질을 면했다.

초정밀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정전이나 전압 불안에도 제품 불량으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압과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뿐 아니라 정전에 대비한 자체 발전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한전 측은 아직 전기를 끊거나 넣어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개폐기 고장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아 지속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송배전망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이번과 같은 '불량 전기' 사고가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