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소비 꺾였나…얼어붙은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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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영업익 15% 뚝영국 명품패션업체 버버리그룹 주가가 2분기(6~9월) 부진한 실적 발표로 지난 16일 11% 넘게 급락했다. 세계 명품 소비 둔화로 연간 수익이 당초 예상한 가이던스 범위 하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이날 버버리그룹은 2분기 실적 보고서를 내고 올해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2억2300만파운드(약 357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장 매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전분기(18%)보다 급감한 수준이다. 비교 매장 매출은 특정 위치의 소매점에서 올린 매출을 비교하는 수치로 애널리스트의 평균 추정치인 4.2%를 크게 밑돌았다. 지역별로는 미주 지역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미주의 매장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 줄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증가율도 2%에 그쳐 성장세가 둔화했다. ‘리오프닝’으로 1분기 매출 반등세가 두드러졌던 중국의 매장 매출 증가율은 2분기 15%를 나타냈다.버버리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명품 수요 약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영업이익은 애널리스트 예상 최저치(5억5200만파운드)보다 하단에 위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조너선 애커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버버리가 모던 브리티시 럭셔리 브랜드로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실적도 빨간불
주가 3년來 최대폭 하락
에르메스 성장과 대조
이에 따라 런던증권시장에서 버버리그룹의 주가는 전날보다 11.15%(194.5파운드) 떨어진 1550파운드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3년여 만에 장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버버리는 ‘리브랜딩’으로 고급화를 꾀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버버리는 작년 9월 디자이너 다니엘 리를 영입해 올해 9월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주잔나 푸스 UBS 애널리스트는 “버버리 가격대가 타깃 고객층에 비해 너무 비싸다”며 “브랜드에 대한 광고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경제 불확실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명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에르메스를 제외한 대다수 명품업체가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산층 소비자의 명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짚었다. 3분기 ‘구찌’를 소유한 케링그룹의 매출도 44억6400만유로(약 6조268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글로벌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3분기 199억6400만유로(약 28조328억원)의 매출에 그쳐 올 들어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200억유로를 밑돌았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안상미/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