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보조금 심의 '적정' 안 받았는데…늘어난 서울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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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위가 퇴짜놓은 사업지난해 ‘적정’ 평가를 받지 못한 지방보조금 1300억원가량이 서울시 본예산으로 편성됐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평가까지 거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임에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교부되는 보조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예산엔 반영…'고무줄 증액'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는 2023년 교부된 지방보조금 4조701억원 중 1268억원(3%)에 대해 조건부 적정 또는 부적정 평가를 내렸다. 부적정 사업 28건 중 3건(17억원)은 시의회가 증액시켰다. 한국 전통 불교문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미혼모 등을 위한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운영 지원사업(101억원)이 대표적 사례다.서울시가 무분별한 예산 지출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음에도 적정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예산이 줄줄이 교부됐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시 공무원, 외부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예산 요구안을 심의한다. 2023년도 예산의 경우 위원회가 여덟 차례 회의한 뒤 3조9433억원의 예산에 대해서만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위원회의 의결 이후 이보다 1268억원 많은 4조701억원이 본예산으로 편성됐다.
증액 규모를 두고 서울시 재정담당관 관계자는 “사업을 개선하는 조건으로 통과시킨 ‘조건부 적정’ 예산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건 이행 여부는 예산을 편성한 지 2년 뒤 보조금 심사 성과평가 때 점검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내부 심의 단계만 넘어가면 특정 사업의 예산 규모를 변경하기 쉬운 의사결정 체계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위원회는 사업 예산 규모보다는 사업의 타당성을 주로 평가하고 있어서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위원회의 의견을 100%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위원회의 판단과 관계없이 예산 규모가 정해진다면 위원회는 허수아비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서울시는 “위원회에 예산 규모까지 따져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800건 가까이 되는 사업의 재원까지 일일이 들여다보기엔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정정 및 반론보도] 서울시 지방보조금 예산 관련
한국경제는 지난 11월 19일과 20일 지면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서울시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가 '적정'으로 평가하지 않은 사업 예산 1268억원이 본예산에 반영되었고, 그중 한부모가족 지원사업 등 위원회가 부적정'으로 판단한 사업 3건을 시의회가 증액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그러나 위원회가 '부적정'으로 판단한 사업 중 2건은 시의회가 추가로 승인한 것이며, 한부모가족 지원사업은 '적정' 사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서울시는 "보조금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존중하여 위원회가 '적정', '조건부 적정'으로 의결한 범위 내에서 예산안을 편성하여 시의회에 제출했고, 부적정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편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