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에 2만원이라니"…광화문 직장인들이 달라졌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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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가장 비싼 점심값 지불 지역' 1위
'런치플레이션'에 직장인 '도시락족' 눈길
유튜브서 '도시락 만들기' 콘텐츠도 유행
서울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서모 씨(29)는 "연말이 되면서 금전적 부담이 커져서 점심에 드는 비용부터 줄이려고 결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씨는 "예전엔 점심시간만큼은 비싸고 맛있는 걸 사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요즘엔 도시락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유튜브 페이지도 구독할 만큼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직접 준비하기 힘들 땐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현상이 심화되자 직장인들 사이 '도시락족'이 늘어난 분위기다. 도시락족은 비교적 값이 저렴한 편의점으로 몰려가 간편식 도시락을 구매하거나, 직접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한 끼 해결을 추구하는 이들을 말한다.
20일 주요 업무지구로 꼽히는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 삼각김밥, 한 줄 김밥 등 식사류가 빠른 속도로 동이 났다. 편의점을 낀 광화문역 인근 한 건물 관리 직원은 "오전 11시 50분이 되면 이미 편의점 내 자리가 꽉 차다 보니 뒤늦게 온 직장인들이 안에서 못 먹고 간다고 푸념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직장인들은 런치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 지역은 점심시간 건당 이용금액과 한 달 점심값 지출이 모두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KB국민카드가 주요 업무지구 내 신용·체크카드 매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직장인 사이에서 가장 비싼 점심값을 지불하는 지역은 광화문(1만6000원)이었다. 인당 월평균 이용금액 증가가 높은 지역도 강남에 이어 광화문이 2위로, 2019년 대비 약 1300원(12%) 늘었다.
도시락족들의 관심 속 관련 용품 매출도 급격히 증가했다. 인터파크쇼핑은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도시락 용기·가방, 보랭·보온 가방, 텀블러 등 도시락 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 늘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커머스 관계자는 "1만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직장인 도시락족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도시락족'이 늘어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말이라 직장인들에게 지출 부담이 더 커질 시기기 때문에, 외식을 자제하고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도시락 만들기 콘텐츠를 보고 준비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도시락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다 오히려 돈이 더 들 수도 있기 때문에, 가정 식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