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빨’ 좋은 자리를 예약판매하는 사업이라니… 김희재 첫 소설 <탱크>
입력
수정
[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놀라운 신인”이라는 말은 진부하다. 그러나 올해 데뷔 작가 중 김희재는 분명 많은 한국 문학 편집자들에게 눈에 띄는 신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겨레출판, 2023)

이 이야기에서 특히 두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이부자매인 황영경과 손부경이다. 언니인 황영경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미국에서 탱크의 창시자인 루벤과 만남을 계기로 한국에서 탱크 사업을 시작한다.
그녀의 동생 손부경은 자신을 ‘공주’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엄마가 죽고 여러 차례 교사 시험에 실패한 뒤 오랫동안 동경해온 언니가 제안한 사업의 실무를 맡는다. 탱크를 찾는 이들은 나날이 늘어 사업은 번창해가지만, 어느 날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이 책은 서로를 아끼면서도 왜곡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지속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낭만적이지 않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그려내지만 청년 세대로 함부로 묶지 않고 그 안의 다름을 바라보며 대상화하지 않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올해 소설을 읽으며 김희재의 내년이, 내후년이 궁금했다. 그는 분명 놀라운 신인이 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