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빨’ 좋은 자리를 예약판매하는 사업이라니… 김희재 첫 소설 <탱크>

[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
,(한겨레출판, 2023)
“놀라운 신인”이라는 말은 진부하다. 그러나 올해 데뷔 작가 중 김희재는 분명 많은 한국 문학 편집자들에게 눈에 띄는 신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28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지방 야산의 ‘탱크’라 불리는 컨테이너인데, 잠재의식 탱크라는 뜻을 가진 이곳에서 기도하면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탱크 커뮤니티’를 통해 기도할 사람들에게 시간제 예약을 받아 운영된다.탱크를 찾는 이들은 앞으로 한 발을 떼기 어려운 상황에서 믿음에 매달리는 사람들. 일견 공허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서, 자극적인 사이비종교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의 고독과 우울을 잔잔하게 지켜본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특히 두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이부자매인 황영경과 손부경이다. 언니인 황영경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미국에서 탱크의 창시자인 루벤과 만남을 계기로 한국에서 탱크 사업을 시작한다.

그녀의 동생 손부경은 자신을 ‘공주’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엄마가 죽고 여러 차례 교사 시험에 실패한 뒤 오랫동안 동경해온 언니가 제안한 사업의 실무를 맡는다. 탱크를 찾는 이들은 나날이 늘어 사업은 번창해가지만, 어느 날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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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는 둡둡과 양우다. 의지할 곳 없이 육체노동으로 고단하고 외롭게 살아온 양우는 OTT 플랫폼의 단체 관람 채팅방에서 만난 둡둡과 조심스럽게 연인이 된다. 하지만 둡둡은 커밍아웃 후 믿었던 이들의 외면으로 고통받고, 탱크에서의 기도에 기대게 된다.

이 책은 서로를 아끼면서도 왜곡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지속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낭만적이지 않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그려내지만 청년 세대로 함부로 묶지 않고 그 안의 다름을 바라보며 대상화하지 않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올해 소설을 읽으며 김희재의 내년이, 내후년이 궁금했다. 그는 분명 놀라운 신인이 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