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국 접수' 제이브이엠…하루 8000만원 번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수정
'파우치 조제장비 세계 1위' 제이브이엠
국내 언론사 최초 대구 본사를 가다
고속성장 견인 이동환 대표 인터뷰
“차세대 장비 메니스로 해외 영업 강화
병원·약국 조제 자동화 세계 1위 될 것”
올해 매출 1500억 첫 돌파 기대
이베스트證 목표가 3만8000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3개월의 ‘전투개미’가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약 파우치 조제 장비 1위에서 글로벌 병원·약국 조제 자동화 시스템 넘버원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이동환 제이브이엠(JVM) 대표(55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132억원·영업이익 1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첫 매출액 1500억원 돌파(증권사 전망)를 꿈꾸는 제이브이엠을 지난 24일 찾았다. 제이브이엠은 본사가 대구(달서구 호산동로 121)에 있고, 언론사 공개는 1977년 6월 20일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역에서 서대구역까지 KTX를 이용하면 약 2시간 걸리고, 서대구역서 대구 본사까지는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다.제이브이엠은 의약품 조제 자동화 시스템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으로 파우치 조제 장비 세계 1위(10월 업계 추정)다. 2006년 6월 7일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6년 7월 최대주주가 한미사이언스로 변경되며 한미약품그룹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동환 대표 “매출액 7% R&D에 투입 … 한미약품과 시너지”
최근 5년간 실적 질주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 1036억원·영업이익 133억원에서 지난해 1420억원·영업이익 2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4년 만에 각각 37.07%·69.23% 뛰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액 1575억원·영업이익 285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예상치가 맞다면 하루 8000만원씩 버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2만7050원(24일 종가 기준)으로 호실적 기대감에 연초 대비 32.2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20.03%)의 약 1.5배다.이동환 대표는 고성장 비결에 대해 “매년 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R&D) 비용에 투입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조제 장비 신제품 기획부터 개발, 기존 제품 고도화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국내 영업은 한미사이언스의 계열사 온라인팜(헬스케어 유통 전문회사), 해외 마케팅과 영업은 한미약품이 담당해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은 로봇팔 적용 차세대 자동 조제기 ‘메니스’
신성장동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파우치 검수 솔루션 ‘VIZEN EX’,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 중 하나) 포장 조제기 ‘JV-CA40’, 블리스터카드(복용 단위별로 구분돼 밀어서 꺼내 먹을 수 있는 포장 방식) 포장 조제기 ‘DOB’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내년에도 두 자릿 수 성장을 이끌겠다”고 답했다. 이어 “약국과 병원에 최적화된 솔루션 개발로 북미와 유럽에서 찾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며 내년 실적도 맑음을 예고했다. 주 고객사는 글로벌 병원·약국 자동화 시스템 기업 A사와 B사로 알려진다.제이브이엠이 독자 개발한 로봇팔 적용 차세대 자동 조제기 ‘메니스’의 경우, 현지 필드 테스트 중 유럽 시장에서 이목을 끌었다. 메니스는 다관절 협동 로봇팔이 캐니스터(의약품을 담는 통)를 교환하며, 기존 ATDPS(파우치 자동 조제기)보다 조제 속도를 2배 이상 높여 분당 120포 조제가 가능하다. 자동 검수 기능도 통합돼 약국 조제 시간과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메니스는 900여개의 약을 담을 수 있다.대부분의 해외 공장형 약국들은 접수한 처방의약품을 대량 조제해 전국 각지로 배송하는데,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게 메니스의 장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량 조제 수요는 급증하는데, 약국 근무 인력은 줄고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대량 조제할 수 있는 메니스의 효용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니스는 한 대당 수억원(납품가 기준)임에도 최근 네덜란드 소재 제약 유통업체 브로카세프에 판매됐다. 이 대표는 “브로카세프와 계약을 통해 보급형 장비 위주의 유럽 비즈니스를 최첨단 대형 장비 중심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내년 유럽·북미·호주 등 다양한 지역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서울 대형 병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성과 따른 현금 배당 지속” … 올해 배당금 인상 가능성 높아
제이브이엠은 미래 첨단기술과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 확보에 분주하다. 의약품 자동 조제 시스템 분야 원천 기술 지식재산권을 656건 등록했고, 특허를 384건 출원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원격 의료 및 의약품 온라인 배송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1회용 약 복용분을 자동으로 파우치 형태로 포장해 주는 의약품 자동 조제기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포장하고 환자 상담까지 도맡았다면 제이브이엠의 자동 조제기가 약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약국에 팔린 제이브이엠의 조제 장비는 2만여대가 넘는다. 동네 약국 곳곳마다 제이브이엠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수천여 대가 팔렸다.제이브이엠 해외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글로벌 파트너 기업 34곳과 협업 중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60개 국가에 제이브이엠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점유율을 높여가고 칠레·남아공·덴마크·루마니아 등 신규 국가 진출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이 대표는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 증대를 통해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사업 성과에 따른 현금 배당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제이브이엠은 7년 연속 현금 배당했고, 지난해 배당금은 1주당 300원이었다. 당시 배당수익률은 1.49%로 2%를 안 넘기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총 주식 수는 1208만9892주다. 한미사이언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39.19%를 갖고 있다. 자사주는 4.73%, 외국인 지분율은 2.82%로 유통물량은 약 50%다.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11억, 부동산 자산은 223억원이다. 시가총액(327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5년 연속 50%를 밑돌고, 영업이익률은 평균 10%가 넘는다.
내년 실적도 맑음 … 증권업계 “목표가 3만8000원”
이날 1공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김정민 제조품질본부 생산팀장이 자동 조제기 ATDPS의 활용도를 보여줬는데, 처방전에 바코드만 찍으면 ATDPS 장비가 인식해 보유하고 있는 약을 환자의 특성에 맞춰 분류해 약을 금세 포장해 내놨다. 예를 들어 윤현주라는 환자가 있다면 3일 치의 약 봉지에 ‘아침, 점심, 저녁’ ‘두통약’ ‘빠른 쾌유를 빕니다’ 등의 글귀도 적어준다. ATDPS의 경우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뉘는데 소형 기기는 최소 1000만원, 대형 기기는 최대 1억원에 팔린다. 커스터 마이징(맞춤 제작) 방식으로 판매를 하기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보안상 내부 촬영은 못했지만, AGV(물류 자동 이송 로봇)가 현장 물품들을 움직이고 있었고 로봇 자동 검사 장치가 출하 검사를 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5년 전만 해도 ATDPS 상부·하부 도킹 시 4명의 근로자가 달라붙었는데, 이젠 자동 모터 조립 시스템이 있어 1명만 관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이브이엠은 조제기 한 대당 150여 개의 검사를 거치는데 로봇을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있었다. 대구 1공장(약 8000평)에서는 하루 평균 10대의 ATDPS를 생산하고 있다. 주문이 몰리면 2공장(약 4500평)을 활용해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한다.제이브이엠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지난해 기준)은 약국 조제·관리 자동화 시스템이 50%, 주요 소모품 외가 39.6%, 기타가 10.4%다. 연간 지역별 매출처는 국내 54.1%, 유럽 22.7%, 북미 15.9%, 기타 국가 7.3%다.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실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덜란드·프랑스·독일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영국·스페인 등 신규 국가 매출 발생이 기대된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제이브이엠의 국내 점유율은 90%다”며 “최근 3년간 신규 약국 수가 1800여개고, 건강기능식품 소분 법제화는 제이브이엠의 전방산업 확장 이슈다”고 덧붙였다. 내년 매출액은 1764억원·영업이익 343억원을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3만8000원을 유지했다. 현 주가 대비 40.48%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1400만 개미'와 함께 달립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대구=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