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韓무대 서는 이루마, "뮤지션이 인정하는 뮤지션 되고 싶다"

키스 더 레인, 메이비 등 '흥행의 아이콘'
데뷔 23년 차 피아니스트 이루마
7년 만에 국내 콘서트 연다
이루마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우스 인 유…. '국민 피아노곡'으로 불리는 유명한 피아노 연주곡들이 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도,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의 곡도 아니다.

'삶의 배경음악 같은 음악' '공기처럼 늘 남아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혀 온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45·사진)의 곡이다. 그의 바람처럼 이루마의 곡은 항상 대중의 곁에 머물러 왔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 선율, 듣기도 치기도 쉬운 음악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 온 이루마가 7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선다."일부 클래식 애호가들이 제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는 그런 세간의 평가보다는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려 합니다. "

20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루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일부 전문가나 애호가들은 '이지 리스닝' '뉴에이지'로 분류하며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루마는 "내 음악은 뉴에이지보다는 '네오 클래식'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한 음악이든 대중적인 음악이든 좋은 곡들을 쓰고 싶다"며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클래식 연주자에게 제 곡을 주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도 했다.이루마는 2001년 첫 음반 '러브 신'을 낸 이후 KBS 드라마 '겨울연가'에 수록곡 '사랑이 떨어질 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여 곡을 발표하며 23년째 활동하고 있다.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우스 인 유, 메이비 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반인도 따라 치기 쉬운 히트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루마 기자간담회
이루마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현대 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을 사사했지만, 무대가 두려워 작곡으로 전공을 바꿨다. 우리에겐 연주자로 익숙하지만, 그는 자신을 한 번도 연주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단다. "제 곡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피아노였고, 제가 쓴 곡이니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

2016~2018년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매년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그의 10주년 앨범 '베스트 레미니센트'(Best Reminiscent)는 발매 9년 뒤인 2020년 한 유튜버가 사용하며 역주행 히트를 치는 쾌거를 기록했다.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에서 23주간 1위를 차지했다. 20주년 기념 앨범 '솔로'(SOLO)도 빌보드 차트 클래시컬 부문 9위에 올랐다.이번 공연은 호주 뉴질랜드 홍콩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을 도는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이루마는 공연에서 새 앨범 '논 에 라 피네'(non e la fine)의 수록곡 '끝이 아닌 끝'(non e la fine)과 '하얀 봄'(la bianca primavera) 등을 첼로 연주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키스 더 레인을 비롯한 그의 기존 대표곡도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새로운 편곡으로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인정받아야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음악을 씁니다. 해외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한국에서 아무도 못 알아보면 위축될 것 같아요. "

이번 공연 타이틀은 '봄을 닮은 겨울'. 이루마는 "우리만의 봄날을 뜻하기도 하고, 겨울에 눈이 내릴 때 꽃잎처럼 흩날리는 듯한 모습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저'입니다. 즉흥 연주를 좋아하다 보니 공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연주가 있을 거예요. "

'흥행의 아이콘' 이루마는 특히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공연에서 현지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일 정도다. 이번 월드투어 콘서트는 티켓 오픈 3주 만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브리즈번, 홍콩, 타이페이 공연 등이 이미 매진됐다. 이루마의 서울 공연은 내년 1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