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게 AI 가르치는 선생님' 공민수 "AI 어렵지 않아요" [책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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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수 인천 금마초 교사는 '교사들의 인공지능(AI) 교사'다. 공 선생님의 AI 수업 내용은 인천 지역 교사들에게 교육 교재로 제공된다. 인천교육청이 초청한 콜롬비아 교사들에게 국내 AI 교육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천교육청이 주관한 에듀톤(소프트웨어·AI 수업 연구대회)에서 올해 교육감상(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이용했던 것일까. 방학이 돌아오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느라 학기때만큼이나 교단에 서는 시간이 길다는 공 선생님이 최근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냈다. <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이다. 책은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듯 쉽게 쓰여졌다. 예상 독자는 열 두살이지만 초등교사나 학부모, AI가 아직 낯선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AI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공 교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민학교에서 30~70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강의를 했는데, 앞으로 AI가 중요해질 걸 알면서도 어렵게 느끼는 어른들이 많았다"며 "초등학생들이 해냈는데, 어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그가 진행한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담아냈다. 책 속 7명의 아이들은 AI를 활용해 동화책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고 시를 쓴다. 학교 교정에 피어난 꽃 사진을 찍고 AI로 꽃 이름과 정보를 찾아 '꽃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AI 교육이 확산돼 다른 학교들과 '전국 학교 꽃 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이번 책은 벌써 그의 이름이 표지에 적힌 세 번째 책이다. 앞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쉬운 AI 앱 수업>, <챗GPT와 함께 만드는 초등 수업 디자인++> 두 권의 책을 냈다. 초등학교에서 AI 교육이 의무화되는 건 오는 2025년. 공 선생님이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이를 위해 AI융합교육 대학원까지 다닌 건 공교육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아이들을 모두 스티브 잡스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은 좋든 싫든 이제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텐데, AI를 대할 때 두려움부터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조금 더 어려운 기술을 접해도 두려움 없이 익힐 수 있을 거예요."
그는 "AI 교육은 단순 기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활용능력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계속해서 변해 어느 순간 쓸모 없어지지만,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태도나 능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는 생성형 AI로 글짓는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먼저 기자가 되어 각국 랜드마크에 대해 조사하게 했다. 그 다음에는 AI 작가가 되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와 함께 동화를 구상하도록 하고, 관련 그림을 AI에게 그리도록 하는 수업을 구성했다. "내가 원하는 걸 잘 알아야 AI에게 정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걸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화와 그림은 전자책으로 엮어 메타버스(가상공간)에 전시했다.
아이들은 각자 완성한 전자책을 가지고 마치 '작가와의 만남'처럼 반 친구들과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 교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까 소심한 친구들도 자신 있게 발표를 한다"며 "그걸 지켜보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AI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려 공 교사가 택한 전략은 '참고 기다리는 것'. 아이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전자책을 만들었을 때는 오타조차 지적하지 않았다. 아이들마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속도가 달라서 진도가 걱정될 때는 채근하는 대신에 먼저 완성한 아이들을 '조교'로 투입했다. AI 교육과 인성 교육은 언뜻 연결하기 쉽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교육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때로는 쉬는시간에도 복도를 누비는 대신에 프로젝트에 몰입하더라고요. 서로 협동하는 일이 많으니 아이들끼리 다툼도 적고요. 그런 걸 보면서 교사로서도 아이들의 힘을 점점 더 믿게 됐어요."(웃음)
초등교사는 통상 3~4년마다 학교를 옮긴다. 그는 금마초에 근무하는 중에 AI교육 선도학교 지정에 지원해 선정까지 끌어냈지만, 앞으로 옮겨갈 학교가 어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는 건 벌써부터 아쉽지만, AI 수업을 계속해서 확산시킨다는 생각으로 AI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공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이용했던 것일까. 방학이 돌아오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느라 학기때만큼이나 교단에 서는 시간이 길다는 공 선생님이 최근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을 냈다. <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이다. 책은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듯 쉽게 쓰여졌다. 예상 독자는 열 두살이지만 초등교사나 학부모, AI가 아직 낯선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AI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하다. 공 교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민학교에서 30~70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강의를 했는데, 앞으로 AI가 중요해질 걸 알면서도 어렵게 느끼는 어른들이 많았다"며 "초등학생들이 해냈는데, 어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책은 그가 진행한 AI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해 담아냈다. 책 속 7명의 아이들은 AI를 활용해 동화책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고 시를 쓴다. 학교 교정에 피어난 꽃 사진을 찍고 AI로 꽃 이름과 정보를 찾아 '꽃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AI 교육이 확산돼 다른 학교들과 '전국 학교 꽃 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이번 책은 벌써 그의 이름이 표지에 적힌 세 번째 책이다. 앞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쉬운 AI 앱 수업>, <챗GPT와 함께 만드는 초등 수업 디자인++> 두 권의 책을 냈다. 초등학교에서 AI 교육이 의무화되는 건 오는 2025년. 공 선생님이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AI를 가르치고 이를 위해 AI융합교육 대학원까지 다닌 건 공교육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아이들을 모두 스티브 잡스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은 좋든 싫든 이제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텐데, AI를 대할 때 두려움부터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조금 더 어려운 기술을 접해도 두려움 없이 익힐 수 있을 거예요."
그는 "AI 교육은 단순 기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활용능력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계속해서 변해 어느 순간 쓸모 없어지지만,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태도나 능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는 생성형 AI로 글짓는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먼저 기자가 되어 각국 랜드마크에 대해 조사하게 했다. 그 다음에는 AI 작가가 되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와 함께 동화를 구상하도록 하고, 관련 그림을 AI에게 그리도록 하는 수업을 구성했다. "내가 원하는 걸 잘 알아야 AI에게 정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걸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화와 그림은 전자책으로 엮어 메타버스(가상공간)에 전시했다.
아이들은 각자 완성한 전자책을 가지고 마치 '작가와의 만남'처럼 반 친구들과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 교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까 소심한 친구들도 자신 있게 발표를 한다"며 "그걸 지켜보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AI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려 공 교사가 택한 전략은 '참고 기다리는 것'. 아이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전자책을 만들었을 때는 오타조차 지적하지 않았다. 아이들마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속도가 달라서 진도가 걱정될 때는 채근하는 대신에 먼저 완성한 아이들을 '조교'로 투입했다. AI 교육과 인성 교육은 언뜻 연결하기 쉽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함께 교육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때로는 쉬는시간에도 복도를 누비는 대신에 프로젝트에 몰입하더라고요. 서로 협동하는 일이 많으니 아이들끼리 다툼도 적고요. 그런 걸 보면서 교사로서도 아이들의 힘을 점점 더 믿게 됐어요."(웃음)
초등교사는 통상 3~4년마다 학교를 옮긴다. 그는 금마초에 근무하는 중에 AI교육 선도학교 지정에 지원해 선정까지 끌어냈지만, 앞으로 옮겨갈 학교가 어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는 건 벌써부터 아쉽지만, AI 수업을 계속해서 확산시킨다는 생각으로 AI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