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칩 수율 70%…TSMC와 경쟁 자신"

초미세공정 수율 끌어올리며
TSMC 대체 생산기업으로 부상
AMD 서버용 CPU 수주 가능성
'꿈의 공정' 1.4나노 2027년 공개
두 시간 정도 실시간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 실적설명회를 들으면 보도자료만 봐선 알기 힘든 회사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각 사업부를 대표해 나온 임원의 발언 수위·길이·어조, 많이 쓰는 단어 등을 통해서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단연 관심을 끈 인물은 파운드리사업부의 정기봉 부사장이다. 그는 ‘강한 연간 성장’ 등 좀처럼 쓰지 않았던 단어를 활용했고, “명성과 역량이 커지고 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유가 있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객의 주문이 쏟아지며 ‘분기 최대 수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중심 구조 탈피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퀄컴 등 스마트폰용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망치 기준 모바일용 칩 매출 비중은 54%에 달한다.

매출이 안정적이란 장점이 있지만 ‘편식’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모바일용 대비 칩 사이즈가 큰 AI 고성능컴퓨팅(HPC) 칩, 자율주행차용 칩 생산 경험과 실적을 경쟁사 대비 많이 쌓지 못했다. AI·자율주행 반도체 관련 대형 주문이 TSMC로 넘어갔고, 이로 인해 점유율 격차는 커졌다.

AMD CPU 4nm 공정 수주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AI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AI 서버·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이다.삼성전자가 2020년 엔비디아의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 GPU를 수주한 이후 끊어졌던 대형 HPC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2위 CPU 업체이자 인텔의 경쟁사인 미국 AMD다. 외신에 따르면 AMD는 서버용 차세대 CPU를 삼성전자의 4nm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4nm 파운드리 수율(양품 비율)이 TSMC와 대등한 70% 수준까지 올라간 덕분이다. TSMC의 대체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형 테크기업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이들 기업은 공장이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AI 반도체는 TSMC의 5㎚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차후엔 삼성전자가 따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입장에서도 TSMC 의존도를 가능한 한 낮추는 게 가격 협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4㎚ 수율 70% 달성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HPC 매출 비중을 2023년 19%에서 2028년 32%, 자동차 칩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14%로 올릴 계획이다. 대신 모바일 비중은 30%대 초반까지 낮출 방침이다. 고객에게 팔 수 있는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칩 생산을 늘리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중요한 건 초미세공정 기술력이다. AI용 고성능·저전력·고효율 칩 생산을 위해선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 이하 최첨단 공정의 완성도를 높여 AI 반도체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로 불리는 첨단 공정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2㎚ 공정과 관련해선 2026년부터 자동차, HPC용 칩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7년엔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1.4㎚ 공정을 공개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