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매도한 드러켄밀러…다음 AI 유망주로 구글 꼽았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듀케인 오피스, 올 3분기 엔비디아 비중 8% 축소
알파벳, 1억 1000만달러 신규 매입
반도체 업계 투자도 다각화 추진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70)가 올해 3분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투자 비중은 축소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인 데 따른 대응이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비중은 유지한 것이다. AI 시장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업계 투자도 다각화를 추진했다.

AI 예찬하던 드러켄밀러, 엔비디아 대량 매도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듀케인은 지난 7~9월 엔비디아 지분 7만 5419주를 매각했다. 3분기 평균 주가를 감안하면 추정 판매가격은 약 3720만달러다. 이 거래로 인해 포트폴리오 내 엔비디아 비중은 7.94% 감소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인공지능(AI) 예찬론자인 드러켄밀러는 지난해 9~12월 사이 엔비디아 지분을 처음 매입했다.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추가 매수하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13.98%까지 늘렸다. 그는 엔비디아를 두고 "경기침체에도 살아남을 종목이다"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는 지정학적 위기를 감지하고 엔비디아 매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AI용 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엔비디아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해 성능을 낮춘 반도체를 선보였지만, 시장에선 되레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드러켄밀러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매수했다. AI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이다. 올 3분기 듀케인은 알파벳 지분 83만 8375주(약 1억 971만달러)를 신규 매입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 지분도 18만 8300주 추가 매수했다. 두 종목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 3.94%, 11.53%에 달했다.

반도체 투자 다각화도 추진

듀케인은 반도체 업계에 대한 투자 다각화도 추진했다. 3분기 동안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및 소프트웨어 업체 브로드컴 지분을 5만 1956주 신규 매입했다. 데이터 저장매체 전문 기업 씨게이트 지분 91만 5043주도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브로드컴은 데이터 센터용 소프트웨어 제작 역량이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씨게이트도 데이터 스토리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AI가 대중화하면 데이터 수요도 급증한다.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규모가 늘어나서다. 드러켄밀러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시장을 선점한 두 종목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이 부진한 종목은 과감하게 매도했다. 듀케인은 올 3분기 동안 의료기기 업체 옵션케어헬스 지분 315만 8000여주를 매각했고, 식료품 업체 램 웨스턴 홀딩스 지분도 24만 520주 매도했다. 옵션케어헬스의 주가는 올 들어 0.54% 상승하는 데 그쳤고, 램 웨스턴 상승률도 10.2%에 불과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6%대인 통신사 T모바일 지분도 42만여주 매도했다.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드러켄밀러는 월가의 대표적인 집중 투자 옹호론자로 꼽힌다. 포트폴리오에 여러 종목을 담는 대신 소수의 유망 종목에 자산의 70~80%를 투자해왔다. 올 3분기 기준으로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73.18%에 달했다.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판단한 종목은 과감하게 비중을 줄이는 편이다. 드러켄밀러는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며 3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 12개월 평균 수익률이 25.84%에 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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