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내일 총선…박빙 속 극우정당 막판 지지율 '공동 1위'

유럽 각지 反이민 정서 고조 연장선…첫 연정 참여 가능성도
네덜란드에서 22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이 막판 지지율 공동 1위에 올라 주목된다. 20일 네덜란드 여론조사기관 페일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8일 유권자 7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26%의 지지율을 확보, 현 집권당이자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과 나란히 1위를 기록했다.

각각 23%의 지지율을 기록한 중도성향의 신당 신사회계약당(NSC)과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이 그 뒤를 이었다.

자유당이 직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4위권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연한 상승세로 평가된다. 자유당은 강력한 반(反)이슬람 정책 및 망명 허용 중단을 촉구해왔다.

네덜란드가 속한 유럽연합(EU)에도 부정적이다.

이에 반이민 정서 고조로 유럽 각지에 몰아친 '극우 돌풍'이 네덜란드 선거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유당이 실제 개표 결과 득표율 1위를 차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새로 출범할 연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자유당 대표는 하원에서 25년간 활동한 중진인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의원이 맡고 있지만, 당은 연정 파트너로 참여한 적이 없다.

분극화된 다당제 형태를 보이는 네덜란드 정치 지형상 어느 정당이 1위를 차지하더라도 득표율이 20%대에 그치므로 전체 150석인 하원에서 최소 과반을 확보하려면 연정 구성이 필수적이다. 마르크 뤼터 현 총리 후임으로 자유민주당 대표가 된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 법무부 장관이 총선 승리 시 자유당과 연정 구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총선은 13년 만에 네덜란드 정부 수장이 교체되는 중대 선거이기도 하다.

2010년 취임해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재직 중인 뤼터 총리는 지난 7월 난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이유로 연정 해체를 선언했고, 조기 총선 이후 친정인 자유민주당의 승리 여부와 무관하게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통상 총선 1위를 차지한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자로 추천된다.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대로 자유민주당이 득표율 1위에 오르면 예실괴즈-제게리우스 장관이 네덜란드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실괴즈-제게리우스 장관은 튀르키예 쿠르드계 난민 가정 출신임에도 집권하게 되면 현 정부보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주요 정당 간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선거 결과를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출범한 신생 정당인 신사회계약당의 피터르 옴치흐트(49) 대표는 이른바 '반(反)뤼터'로 평가되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또 다른 유력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자유당 대표 빌더르스 의원을 비롯해 여론조사에서 좌파 성향으로는 유일하게 상위권을 달리는 녹색당·노동당연합의 프란스 티메르만스 전 EU 집행위원 역시 후보로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