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장애에 '디지털정부' 우려 커져…"안정성 우선 담보돼야"

정부 안일한 대응에 "민간에는 엄격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관대해"
정부의 행정전산망 '새올 행정시스템'의 장애 사태로 행정안전부의 민원 업무가 중단되자 '정부 업무의 전면 디지털화'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정부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으나, 디지털의 안정성 및 보안이라는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 생활에 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행안부는 올해 9월 디지털정부국을 실로 승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지자체들은 디지털정부위와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디지털정부위도 출범 후 '정부24' 서비스를 강화하고, 정부용 챗GPT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인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환경 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최첨단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

이번 사태 전에도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 되는 장애가 발생했고, 올해 3월에는 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이 두차례나 중단되는 등 정부 시스템 장애는 종종 발생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은 안정성 및 보안 등이 핵심이고,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혁신은 무용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현장에서 수기(手記)로 발급된 전입신고 및 인감증명서 등은 6천282건에 달한다.

중요한 부동산 관련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고, 신분증 진위 확인 등 본인 확인이 필요한 은행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 정부가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종이 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본격화한 후 시스템 장애가 일어나면 더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민간에는 엄격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관대한 자세를 취하는 것 또한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킨 SK 주식회사 C&C와 카카오, 네이버 3사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고 조사를 한 후 보상을 포함한 조치 계획을 보고하도록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뿐더러, 신분증 진위 확인 등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본 국민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상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이 시작 단계인 만큼 이러한 사태들을 겪으며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김영갑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길 수 있다"며 "그때마다 조금씩 보완해나가면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