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거점 '센텀시티'…정보통신 5000여 기업 둥지 튼다

정부 공모과제 예산 3건 확보
양자·보안 등 체계적 지원 가능

센텀·유니콘타워·제2센텀
디지털 인프라 유기적 연결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 제2센텀 산업단지 조감도 부산도시공사 제공
2215개 기업, 종사자 1만5597명 규모의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가 디지털전환(DX)의 거점이 된다. 부산시는 올해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과제 예산 세 건을 연이어 확보하며 지역 산업 DX 정책의 큰 틀을 짤 수 있게 됐다. 부산시는 DX 지원을 위한 네 개의 지원 조례(디지털전환 촉진, 양자산업 육성, 정보보호산업 육성, 정보통신산업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2030년 제2센텀 산업단지까지 포함해 5000개 관련 기업이 활동하는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센텀, 정보보안 거점으로

사이버 보안 관련 시장은 2015년 3조달러에서 2021년 6조달러 규모로 두 배 이상 급증했지만, 부산의 사정은 다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 내놓은 ‘지역 기업의 사이버 보안 침해 현황과 대응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44.8%가 사이버 보안 취약 수준인 C~D등급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보안 피해 사례도 유독 많았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8.5%가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는데, 2021년 기준 국내 기업의 1%가 사이버 보안 침해를 경험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부산시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보안 분야 산업 육성에 나섰다. 환적 물량 기준 세계 2위 규모인 부산항 인프라를 보유한 데다 동남권의 스마트 공장 보급이 전국 두 번째 규모임을 감안할 때 정보보안 분야 육성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는 예산 343억원을 투입해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역외기업 14곳을 유치하고, 관련 기업 142개를 키운다. 보안 분야 2000명의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도 세웠다.

○DX 인프라 유기적 연결

메타버스,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이미 센텀시티에 자리 잡은 산업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모사업을 바탕으로 부산시는 1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센텀과 창업 거점 기관 유니콘 타워, ‘부산판 판교’ 개발로 기대를 모으는 제2센텀을 연결하는 DX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디지털혁신센터를 구축하고, 디지털 관련 기업과 인프라를 유치해 기능을 연계할 계획이다. 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협업하는 R&BD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대규모 정부 자금이 지원되는 예타급 기획 연구를 발굴할 방침이다.

현재 센텀시티에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사 중심의 센텀벤처타운과 클라우드 중심의 동서대 센텀캠퍼스, XR 지원 기관인 한·아세안 정보통신기술(ICT) 융합빌리지가 집적됐다. 동서대 센텀캠퍼스를 주축으로 △카카오 △아마존 △더존비즈온 △클루커스 △메가존 등의 기업이 허브센터를 구축했다. 강서구 미음산단 일대에는 LG CNS와 BNK금융그룹, MS 등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SaaS(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와 MSP(클라우드 운영 서비스 기업) 등 200개에 달하는 전문 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한·아세안 ICT 융합빌리지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나아가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기술을 활용해 해외 국가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시는 이들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디지털혁신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보보호클러스터 등 디지털 관련 산업을 집적하고 지사와 부설 연구소, 워케이션센터 등을 활용한 역외 기업 유치에 앞장선다.

센텀시티의 DX 산업의 영역도 확장될 전망이다.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된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 194만6000㎡ 규모의 제2센텀 산단 부지와 연계해 디지털혁신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5000개 기업, 종사자 수 5만 명에 이르는 거점을 조성하고 기업 지원은 물론 관련 기업의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나영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장은 “디지털전환 관련 국비 예산 확보에 잇달아 선정되며 양자와 보안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세부 사업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거점별 연계를 강화하고 연구개발 중심의 산단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