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클라우드 등 '1만 IT인력' 육성…디지털 전환 가속

산업 생태계 바꾸는 부산 디지털 정책

디지털혁신아카데미 작년 출범
삼성전자·카카오 등 교육에 참여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내년 첫 졸업생 90% 취업 확정
BDIA 교육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제공
부산시가 디지털전환(DX)의 핵심인 인력 양성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시가 육성을 계획 중인 인력은 1만 명에 달한다. 시는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디지털전환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메타버스 △보안까지 아우르는 DX 전 분야에서 고급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신세계 I&C △KT △카카오 등 대기업 또는 빅테크 기업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며, 부산 지역 제조업을 비롯한 게임업계가 졸업생을 채용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첫 졸업생 배출한 ‘소마고’, 기업 눈독

강서구에 자리 잡은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부산 소마고)는 내년 2월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59명의 3학년 재학생 중 90%에 가까운 학생이 이미 취업을 확정했다. 나머지 학생은 은행과 공기업 취업 전형을 기다리고 있다.이 학교는 학점제로 운영된다. 컴퓨터의 구조와 알고리즘 등 기본 개념을 1학년 때 학습한 뒤 2학년부터는 △웹 프론트엔드 △웹 백엔드 △모바일 △데이터 엔지니어 △펌웨어 △리눅스 시스템 △AI(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등 진로에 맞게 교육 과정을 학생이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수학과 AI, 컴퓨터 엔지니어링 기술 등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

10여 개의 관련 동아리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학부모가 주축이 돼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에도 학생들의 손길이 녹아있다. 윤혜정 부산 소마고 교장은 “키오스트와 결제 시스템 모두 학생들이 직접 개발했다”며 “지금은 배달 시스템 개발에 매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주요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1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BDIA 데브 콘테스트’ 일반 부문에 참여한 부산 소마고 학생들은 최우수상과 베스트테크상, 일반트랙아이디어상 등 전 부문을 석권했다. 모두 AI가 바탕이 된 기술이다. 소설 커뮤니티와 게임, 그림일기를 통한 감정 케어 서비스 등의 아이디어를 내놨다.기업들의 관심도 뜨겁다. 부산 소마고는 23일 2학년 재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개발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발표회를 연다. 부산 소마고는 산학협약을 체결한 200개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으며, 대다수 기업이 참관하러 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 교장은 “현장에서 뛰는 3학년 학생들의 실력에 감탄한 기업인이 다수”라며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터 채용까지

부산시는 국비와 시비, 민간 투자까지 확보해 1500억원 규모의 인력 양성 사업인 ‘비디아(BDIA·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를 지난해 출범했다. 시에서 추진하는 채용 연계형 고급 ICT 인력 양성사업을 브랜드화한 것이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AI,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블록체인, 보안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역외 기업의 부산 이전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KT, 카카오, 삼성전자, 신세계 I&C 등이 채용 연계형 교육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특히 클라우드와 보안 관련 교육 사업에 참여한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윈스, 시큐리티 허브 등의 업체는 수료자의 60~70%를 직접 채용을 결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사 설립을 통해 서울이나 수도권 본사뿐 아니라 부산에서 일할 직원을 채용한 셈”이라며 “근로 조건 역시 본사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업체와 직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까지 비디아 교육생은 1395명이다. 이 중 수료자는 502명이며, 이 가운데 149명이 취업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료생(1358명) 중 800명이 넘는 교육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신창호 부산시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ICT 기업 특성상 업무 공간이 중요하지 않아 지사를 활용해 본사 직원과 동일한 직무와 처우를 결정해 채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ICT 산업은 최근 영상과 AI 기술 발달로 관련 인재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