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내리는 양자컴퓨팅 기술…AI로 신약 개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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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서 펼쳐질 부산의 미래기술부산시가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부산대를 중심으로 한 양자 센싱 기술 개발과 부경대 교원 창업 기업인 팜캐드를 주축으로 양자 알고리즘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한다. 부산시의 양자산업 육성 계획을 주도하는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제조업이 밀집한 부산의 산업 특성상 양자산업이 결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자 센서와 통신 등 부산시가 주력 분야로 나아갈 길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대 중심 양자 센싱 개발
팜캐드, 양자 알고리즘 기반
백혈병·췌장암 치료약 연구
팜캐드 설립자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우상욱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 역시 “양자 컴퓨터로 연산 능력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것보다 더 큰 의미는 양자 세계의 물리법칙이 과연 거시세계에도 통할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관련 수학 모델이 만들어져 양자 컴퓨터에서 연산하면 인류는 전에 없던 새로운 발견과 기술 진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기술로 췌장암 극복할까
우 교수는 2019년 교원 창업 기업으로 팜캐드를 설립했다. 설립 목적은 AI 기반 신약 개발이다. 특정 질병의 발병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규명한 뒤 AI가 질병을 완화하는 약물을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기존 약물까지 AI의 변수에 적용되므로, AI는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을 디자인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물리·화학적 지식의 결합을 통해 실험을 진행하고,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약물을 디자인했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팜캐드가 내놓은 약물 디자인 중 대표적인 사례는 급성백혈병 신약이다. 2021년 우 교수는 급성백혈병에 대한 합성 약물 구조를 AI로 만들어내 논문으로 발표했다. 효능에 대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우 교수는 “현재 몇몇 국내 제약회사와 신약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라며 “특허에서 벗어나며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팜캐드는 AI에서 한층 진화한 양자 알고리즘 기반의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와 공동으로 기획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신 항암제 개발에서의 양자 이득: 비정형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양자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과제를 따냈다.0, 1로 이뤄진 이진법 연산 체계의 기존 AI에서 확률적 연산 체계를 가진 양자 기반의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게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췌장암에서 나타나는 비정형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 신약 개발로 잇는 사업이다. 기존 AI와의 결정적 차이점은 바로 연산 구조다. 췌장암을 일으키는 비정형 단백질 구조를 단 하나로 정의해 접근하는 AI 알고리즘과는 달리, 비정형 단백질은 양자와 같이 무수한 중층 구조로 이뤄졌다고 가정해 췌장암을 일으키는 비정형 단백질 구조를 확률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현재 배준우 KAIST 교수와 한영선 부경대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 교수는 “만약 연구가 성공한다면 단백질 구조를 더욱 세부적으로 판별할 수 있어 효과가 더 좋은 신약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양자 물리학 법칙이 거시 세계에도 적용되는지를 관찰하는 중요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양자 생태계 지원 강화
부산시는 지난해 양자 정보기술 전문가 자문위원을 구성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을 위원장으로 삼아 △IBM △캐나다 워털루대 △KISTI △NIA 등의 전문가들이 기술 자문과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분과는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 센서, 양자 정보, 양자 보안 등으로 부산대 등 다양한 대학의 교수가 참여했다.시는 자문위원회를 주축으로 부산시의 양자산업 조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한섭 부산대 교수가 용역을 맡아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 교수는 부산시와 공동으로 대학ICT연구센터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양자 센서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양자 센서 관련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부산교육청과 연계한 교육 과정 개설 등을 주도하고 있다.문 교수는 “현재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부산에 특화한 양자산업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며 “전문가 육성과 함께 대학교수 등을 중심으로 양자 분야 관심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