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지역 공시 의무화 속도 차…일부 국가는 ISSB 적용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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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자국 내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전격 도입하거나 부분 수정해 이를 자국 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호주 등은 공시 일정을 확정했고 한국과 일본, 중국이 따라가는 모습이다[한경ESG] 이슈 브리핑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일반 요구사항(IFRS S1)과 기후 관련 공시(IFRS S2) 기준을 발표했다. ISSB 기준은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 및 목표에 대한 공시 요구사항을 포함하며,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화와 관련해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ISSB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ESG 기준과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지속가능경영 공시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고, 투자자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기존의 주요 표준과 상호운용성이 높은 기준이 수립됨에 따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시 의무화 대응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회계 및 기업 규제당국(ARCA)과 싱가포르 거래소 자율규제기구(SGX REgCo)는 2022년 ISSB 발표를 환영하는 의견서를 내고, 2023년 7월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를 추진하기 위한 공개 협의를 시작해 9월 지속가능정보 공시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상장사는 2025 회계연도부터, 연 매출 10억 싱가포르 달러(약 1조원) 이상 비상장사는 2027 회계연도부터 공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공인회계사협회(IAI)는 ISSB 기준에 대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국제적 적용 가능성 및 관할 요건과 조화, 신흥국 내에서 확장성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말레이시아는 증권위원회(SC)가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23년 5월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성 보고 자문위원회인 ACSR을 설립했다. 말레이시아는 2015년부터 상장사 사업보고서 내 경제·환경·사회 리스크 및 기회 관리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며, ISSB 초안 발표 이후인 2022년 말부터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을 강화하며 상장사를 대상으로 단계적 공시 의무화 확대 일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31일부터 말레이시아 메인 마켓 상장사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시작해야 하며, 2025년 12월 31일 이후에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 연계 공시를 이행해야 한다. 에이스 마켓 상장사는 2024년 12월 31일 이후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이행하고, 2026년 12월 31일 이후부터는 저탄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 기본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일본에 이어 중국도 ISSB 활용 예정일본은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 개발을 위해 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SSBJ)를 설립했다. ISSB 초안 발표 이후인 2023년 3월 ISSB와 양자 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논의를 해왔다. SSBJ는 2024년 3월 31일까지 ISSB 기준에 기초한 일본의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을 수립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1년 뒤인 2025년 3월 31일까지 표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와 유관 기관은 ISSB 도입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2023년 3월 베이징 내 ISSB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11월 ISSB 도입 방안 검토를 위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위원장도 ISSB 기준을 활용한 기업의 공시 의무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2023년 4월 공개 협의를 시작해 2024년 초 ISSB 의무화 일정을 제시한 상황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이끄는 녹색지속가능금융 범부처 추진단(CASG)은 2025년까지 TCFD 권고안에 기반한 기업 정보 보고 표준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대만의 금융감독위원회(FSC)는 2023년 대만증권거래소(TWSE) 및 타이베이거래소(TPEx) 상장사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현지 산업의 특성과 탄소발자국 검증을 고려해 ISSB 기준에 부합한 대만의 자체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을 수립할 계획이며, 자본금 100억 대만 달러(약 41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2027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에서는 재무부를 중심으로 기업의 기후 관련 재무 공시 의무화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3년 6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 공시 2차 협의안을 통해 가능한 한 ISSB 표준과 일치하는 표준을 수립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호주회계기준위원회(AASA)와 협력해 공시 기준 제정을 준비 중이며, 현재까지 세부 공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직원 500명 이상, 회계연도 말 연결 총 자산가치 10억 호주 달러(약 8540억원) 이상, 회계연도 연결 수익 5억 호주 달러(약 4270억원) 이상 등 3가지 조건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기업을 첫 번째 의무 보고 기업으로 명시했다. 2024~2025년으로 의무 보고 연도를 지정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인도는 2009년부터 기업부(MCA)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자발적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실효성 확보, 투자자 보호 등 다양한 취지로 회사법을 개정했다. 2014년에는 이 법 제135조를 통해 CSR 활동 및 관련 공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2021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시가총액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사업적책임 관련 보고서를 대체하는 사업적책임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으며, 2023년부터 의무 공시로 전환했다.
국내 도입 늦어지나 기업은 선반영 흐름
마지막으로 국내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금융위원회가 2022년 1월 기업공시제도 개선 간담회를 통해 2025년부터 2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기업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주도로 기업공시 제도화가 준비되고 있다. ISSB 기준의 국내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2022년 12월 한국회계기준원 내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구성해 ISSB가 제정할 기준의 국내 도입 및 이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제도의 기준, 대상, 시기를 고려해 국내 도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요국 및 국제기구의 기준을 참조하되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기준을 제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 대형 상장사부터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국내 도입 시기는 2026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국내의 경우 공시 의무화 도입은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기업이 해외에서 받는 공시 요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되, 주변국의 변화를 살펴 공시 체계에 대한 사전 점검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연경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수석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