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고문 "중동 산유국, 추가 감산 쉽게 못할 것"

사진=REUTERS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의 분노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고위급 에너지 각료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감산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의 아모스 호흐슈타인 수석 에너지 고문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위와 폭격에 대해 중동 전역의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동의 석유 생산국들이 에너지를 무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FT는 최근 "사우디가 올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중동 산유국들 사이에서 반(反)이스라엘 결집을 위한 에너지 무기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호흐슈타인은 이 같은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산유국 간의 협력 수준이 매우 견고했다"며 "이는 에너지 충격을 방지하는 데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등 유가를 자극할 만한 국제 정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유가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가 교역 상품이 된 이후 무기화 수단으로 쓰인 전례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항상 걱정하고 대비하는 노력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국면에서 봤을 때 현재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우리가 상황을 상당히 잘 관리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유국들이 언제든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협력과 조율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흐슈타인 고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이나 사우디와 조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진행 중인 대화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모든 문제에 대해 일관되고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며 "유가가 특정 지점까지 치솟을 경우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산유국들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미국과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 산유국들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