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코앞에 닥친 고령 근로자 시대

연공급 폐지·성과 중심 체계로
고령화 시대 맞춤 인사관리 필요

서정환 산업부장
연말 인사철이다. 주변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가수 오승근)를 개사한 노랫말이 간간이 들린다. “세월아 비켜라~ 사랑(일)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한화, HD현대, 현대자동차 그룹 등은 사장단 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후속 임원 인사도 일부 실시했다. 임원들에겐 “사장이 보자고 한다”는 말이 두려울 때다. 젊은 오너 3세·4세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나이 많은 임원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말 퇴임 통보를 받은 한 대기업 임원은 “사장이 부른다길래 꺼림직해서 올라갔는데, 듣던 대로 첫 마디가 ‘그동안 고생 많았네’였다”고 했다.

기업에는 인사에 암묵적인 ‘나이 룰’이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만 50세를 넘으면 초임 임원(상무) 꿈을 접어야 한다. 물론 쉰 넘어서도 최고경영자(CEO)가 시킬 순 있다지만 그게 원칙이다. 1996년 입사한 그룹 공채 36기는 내년부터 부장 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최근 예외가 나오긴 했지만 사장 직급에도 ‘만 60세 퇴진룰’이 있다. 대표적 금융 공공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만 55세를 넘으면 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올초에는 1967년생, 내년에는 1968년생이 대상이다.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2017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었다. 기업 내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의 한 계열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50대 비중(사무직)이 2030년 20%로 높아진다. 생산직까지 포함한 한국 제조업의 50세 이상 비중은 2021년 이미 30%를 넘었다.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 인사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이만을 이유로 뒷방 노인네 취급하는 건 기업과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0% 인력을 방치한 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한국보다 15년 앞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초임 이사 나이는 52세, 상무는 56세다. 일본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사장 평균 연령은 60.4세다. 연령대별 비중은 50대가 28.4%, 60대는 26.6%다. 70대도 20.2%에 달한다. 한국의 올해 30대 그룹 CEO(336명) 평균 연령은 58.2세다.물론 고령 근로자를 무조건 끌어안고 갈 순 없다. 30대, 40대 임원도 나오고 발탁인사도 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잣대여선 곤란하다. 52세 초임 상무도 있을 수 있고 60대 사장도 있어야 한다. 삼성 SK 등이 승진 연한을 없앴지만, 직급별 체류 연한이 길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기업이 경로당 분위기로 흘러가도록 해선 안 된다. 연공급을 폐지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꿔야 한다. 고령자도 일하게 하는 평가와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50대 초임 임원 승진이란 ‘당근’이 있으면 저성과자에게는 해고란 ‘채찍’도 필요하다. 한 대기업 사장은 “사형제가 있어도 실제 집행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큰 차이”라며 “100명 중 한 명, 1000명 중 한 명이라도 저성과자는 인사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해고할 순 있다지만 절차나 방법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 고령화는 대세다. 이제 와서 항아리 인적 구조를 바꾼답시고 젊은 직원을 대거 뽑고 나이 먹은 직원을 내보낼 순 없다.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바람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방향을 바꾸라고 했다. 고령 근로자 급증에 따라 인사관리에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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