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주고 밥값 70만원 쏴도…"선거 영향 없어" 기묘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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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무효형을 피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1심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의 특수성을 지적한 헌법재판소의 의견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김 회장에 대한 1심 결과에 불복하며 지난 20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판사 정유미)이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은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피하고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2019년 2월 28일 실시된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2018년 11월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선거권을 가지고 있거나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과 만나며 사실상 선거 유세와 다름없는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법원은 검찰이 문제 삼은 총 네 번의 자리 가운데 하나만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2018년 11월 2일 경기 수원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저녁 자리로,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심모 씨가 주선했다. 자리에 참석한 인물은 총 여섯 명이다.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 자리서 “중앙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내년부터 제가 만약 (회장직을) 하게 되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식사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면 공약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 식사비용 약 70만원은 심 씨가 지불했다.
정 판사는 이 같은 발언과 식사비용 결제 모두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심지어 둘 사이에 ‘공모’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심 씨가 친목 도모를 넘어 김 회장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모임을 마련했고, 김 회장 역시 모임 중에 선거에 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이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양형 사유를 밝혔다.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맞지만, 당선을 무효로 되돌릴 정도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이 같은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어긋난다.
법원은 공판 과정서 김 회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25조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김 회장 측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도 제한하는 해당 규정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21년 7월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는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경우 선거인들이 500명 내외로 소수고, 선거인들이 후보자들과 친구거나 선후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역적 폐쇄성이 강해 이 같은 활동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후보자들의 능력과 인품, 공약 대신 인맥이나 경제력으로 선거가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선거 과정에서 10만~30만원 상당의 시계나 화장품 세트 등을 나눠준 것도 무죄를 받았다. 김 회장 측도 선물을 건넨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법원은 관련 증거가 부족하고 사교적 활동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렇게 느슨하게 법을 적용할 경우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의 엄격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15년엔 박성택 25대 중기중앙회장이 다른 조합 임원들에게 30여차례에 걸쳐 1800만원 상당의 식사와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지연된 정의’도 도마 위에 오른다. 검찰이 김 회장을 재판에 넘긴 시점은 2019년 8월이지만, 1심 선고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김 회장은 재판이 늘어지는 사이 27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박 전 회장 역시 2심 판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4년의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선물주고 밥값 내도..."선거 결과에 영향 없어"
법원의 판단을 두고 법조계 내에서도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단 분석이 나온다.김 회장은 2019년 2월 28일 실시된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2018년 11월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선거권을 가지고 있거나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과 만나며 사실상 선거 유세와 다름없는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법원은 검찰이 문제 삼은 총 네 번의 자리 가운데 하나만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2018년 11월 2일 경기 수원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저녁 자리로,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심모 씨가 주선했다. 자리에 참석한 인물은 총 여섯 명이다.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 자리서 “중앙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내년부터 제가 만약 (회장직을) 하게 되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식사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면 공약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언하기도 했다. 이날 식사비용 약 70만원은 심 씨가 지불했다.
정 판사는 이 같은 발언과 식사비용 결제 모두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심지어 둘 사이에 ‘공모’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심 씨가 친목 도모를 넘어 김 회장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모임을 마련했고, 김 회장 역시 모임 중에 선거에 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이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양형 사유를 밝혔다.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맞지만, 당선을 무효로 되돌릴 정도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이 같은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어긋난다.
법원은 공판 과정서 김 회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25조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김 회장 측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도 제한하는 해당 규정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장 연이어 재판行...'지연된 정의'도 반복
헌재는 2021년 7월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는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경우 선거인들이 500명 내외로 소수고, 선거인들이 후보자들과 친구거나 선후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역적 폐쇄성이 강해 이 같은 활동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후보자들의 능력과 인품, 공약 대신 인맥이나 경제력으로 선거가 좌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선거 과정에서 10만~30만원 상당의 시계나 화장품 세트 등을 나눠준 것도 무죄를 받았다. 김 회장 측도 선물을 건넨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법원은 관련 증거가 부족하고 사교적 활동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렇게 느슨하게 법을 적용할 경우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의 엄격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15년엔 박성택 25대 중기중앙회장이 다른 조합 임원들에게 30여차례에 걸쳐 1800만원 상당의 식사와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지연된 정의’도 도마 위에 오른다. 검찰이 김 회장을 재판에 넘긴 시점은 2019년 8월이지만, 1심 선고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김 회장은 재판이 늘어지는 사이 27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박 전 회장 역시 2심 판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4년의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