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년→여성→국민…폭주하는 野 '비하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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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올 하반기에만 네 번째 설화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비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을 시작으로 청년 비하 현수막,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 허영 의원의 국민 비하 발언까지 올해 하반기에만 벌써 네 번째 논란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저열한 정치의 끝은 도대체 어디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경 노인 비하 이어 청년 비하 현수막
최강욱 '암컷' 발언에 허영 국민 비하까지
국민의힘 "저열한 정치의 끝 대체 어디냐"
민주당 비하 릴레이의 시작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끊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 발언을 소개하면서 "되게 합리적이지(않으냐)"고 말했다가 노인단체 등으로부터 '노인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양이원영 의원도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김 위원장 발언에 동조했다가, 결국 두 사람 다 사과했다.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 17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 세대를 겨냥하겠다며 내놓은 현수막이 '청년 비하' 논란을 빚었다.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의 사전 홍보 목적이었다는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담겼다. 청년들을 정치와 경제에 무지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 홍보위원장인 한준호 의원은 책임을 업체 탓으로 돌렸지만, 역풍이 거세지자 결국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과했다.
비슷한 시기 최근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설치는 건 없다"고 비난했다. 발언을 듣던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김용민·민형배 의원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당 지도부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며 '엄중 경고' 조처와 함께 수습에 나섰지만, 최 전 의원은 경고를 받은 뒤 SNS에 "It's Democracy, stupid!(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이야)"라고 적었다.
마지막 바통은 허영 의원이 이어받았다. 허 의원은 지난 21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 후 '준연동형의 산식을 알고 있느냐. 국회의원도 모르는 산식을 국민에게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여당 의원의 말에 "국민들은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느냐"고 말해 불을 붙였다. 이후 허 의원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정개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이처럼 당내 설화(舌禍)가 잇따르자 이재명 대표가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언행은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고 썼다. 구체적인 대상을 적진 않았지만, 일련의 논란을 싸잡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맹공을 펴고 있다. 정광재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저열한 정치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갈라치기를 일삼고 특정 층을 비하하는 민주당의 특권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민주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이 대표가 언행을 조심하라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그동안 강경파의 거친 언사를 방관해온 지도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