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 회사가 한국에 진출한 이유…"기술 위협 점점 커져"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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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103회2015년부터 매년 두 세차례씩 대한민국을 방문했단다. 한국 예능과 드라마를 즐겨보는 것은 물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를 꼽았다. 기억에 남는 관광지를 묻자 가을 낙엽이 떨어진 덕수궁 돌담길을 주저없이 가리켰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덥고 습한 대만에선 낙엽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한국을 더 많이 방문하겠다며 웃음짓던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자 웃음끼를 싹 거두며 정보기술(IT) 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글로벌 네트워크결합스토리지(NAS, 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에 붙는 대용량 저장장치) 최강자인 시놀로지(Synology)의 조앤 웡(Joanne Weng) 아시아·태평양 총괄 얘기다.
조앤 웡 시놀로지 아시아·태평양 총괄 인터뷰
"백업과 보안 서비스 강화로 B2B 시장 공략"
웡 총괄 "한국은 시놀로지의 가장 중요한 시장"
시놀로지는 어떤 기업?
웡 총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서 NAS 서비스 고객사를 확대하기 위해 백업과 보안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시놀로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던 대만 국적 엔지니어들이 1999년 퇴사하고 대만으로 건너가 2000년에 세운 대만 회사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으로 네트워크 저장 용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본 초기 엔지니어들은 NAS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시놀로지는 20여 년만에 글로벌 NAS 시장 최강자로 우뚝 섰다.NAS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다수의 저장장치를 연결한 개인용 파일서버로, 인터넷으로 접속해 데이터에 접근하는 저장장치시스템이다. 시놀로지의 NAS 솔루션은 전 세계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쓰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700만개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한국 개인용 NAS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놀로지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신성장 동력을 삼았다. 웡 총괄은 "시놀로지 전체 매출에서 한국 B2B 시장 비중은 2018년에 26%에 불과했지만 올해 54%까지 상승했다"며 "앞으로 성장 속도를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시놀로지가 B2B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저장 서버와 그에 맞는 솔루션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개인용 NAS 시장에 집중한 시놀로지가 B2B 사업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웡 총괄은 "팬데믹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원격 근무에 용이한 파일 공유 및 백업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한 2021년에만 시놀로지 NAS 시스템이 100만대 이상 출하됐다"고 밝혔다. 시놀로지가 200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시스템은 1000만대가량. 코로나19 시기 단 1년 동안 전체 출하량 10% 규모가 팔린 셈이다.한국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시놀로지가 내세운 무기는 백업 솔루션이다. 웡 총괄은 "부가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이터는 수많은 위협에 직면한 상태"라며 "외부 침입이나 보안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내부 직원의 실수 및 고의적인 데이터 훼손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복제해 다른 시스템에 2중, 3중으로 저장해둬야 데이터 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인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백업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웡 총괄은 "기업을 노리는 랜섬웨어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엔 데이터를 유출하거나 침해하는 것을 넘어 백업 데이터에도 공격이 감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시놀로지는 라이선스가 필요 없는 다양한 백업 솔루션과 데이터 복구 및 스냅샷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시놀로지의 백업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국내 사례로는 SK해운이 꼽힌다. 웡 총괄은 "SK해운은 기존 서버의 높은 유지보수 비용과 인력 운영에 대한 높은 비용, 만족스럽지 못한 데이터 복구 속도 등에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며 "2020년부터 시놀로지의 NAS 제품을 이용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시놀로지는 보안 사고 대응의 속도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웡 총괄은 "시놀로지의 보안 사고 대응팀은 고객사에 데이터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내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며 "서비스 속도를 높이자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매출이 약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놀로지가 보호하고 있는 SaaS 사용자 계정 수는 600만개를 넘어섰다"며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절반 이상에 시놀로지 솔루션이 공급됐다"고 부연했다.
"한국 시장에 투자 늘릴 것"
시놀로지는 향후 한국에 클라우드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놀로지 클라우드 센터는 대만과 독일, 미국에 위치한 상태다. 이곳에는 총 200PB(페타바이트·1PB는 1000조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다. 웡 총괄은 "한국은 시놀로지가 집중하고 있는 가장 큰 시장인 만큼 관련 인력과 인프라 충원하는 등 투자를 늘릴 예정"이라며 "한국 시장을 발판삼아 2025년 매출 10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를 달성하겠다"고 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