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트렌드 '돌봄경제' 뜬다는데... 돌봄 스타트업 불꽃 경쟁[긱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4'에 따르면 '돌봄경제'는 내년 소비시장을 뜨겁게 달굴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이 분야에선 최근 몇 년 새 스타트업의 활약이 거센데요. '돌봄'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 한경 긱스(Geeks)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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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경제'가 내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4'에 따르면 내년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돌봄경제다. '돌봄'의 의미가 단순히 물리적 불편함을 보살펴주는 것을 넘어 성인의 정신 건강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사회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이 분야에서는 최근 몇 년 간 플랫폼 스타트업의 활약이 거셌다. 요양보호사나 베이비시터를 매칭해주는 식이다. 플랫폼들의 성장과 함께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신체 능력을 보완해주거나 마음의 병 진단을 도와주는 헬스케어 스타트업들도 각광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신 건강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앱도 등장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와 피보탈벤처스 등은 세계 케어 이코노미(돌봄경제) 시장은 6480억달러(약 8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맘시터-자란다 등 '아이 돌봄' 플랫폼 성장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아이 돌봄 플랫폼 '맘시터' 운영사 맘편한세상이 내놓은 '아이돌봄 전용 보험'의 혜택이 상향되면서 가입 대상자가 80만명까지 확대됐다. 앞서 회사는 KB손해보험과 손잡고 2019년 '맘시터 안전보험'을 내놨다. 맘시터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에 시터의 과실로 발생하는 대인, 대물사고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이번 가입 대상 확대를 통해 맘시터 플랫폼뿐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기관 전용 아이 돌봄 플랫폼 '맘시터Pro', '헤스티아(0~2세 대상 돌봄 서비스)' 이용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2016년 9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맘시터의 플랫폼에 등록된 누적 회원 수는 124만명으로 업계 1위다. 부모님과 시터를 매칭해준다. 등하원 돕기부터 학원 픽업, 밥 챙겨주기, 학습지도까지 가능하다. 부모 입장에선 빠르게 단기 돌봄 공급자를 찾을 수 있고, 시터 입장에선 파트타임 일자리를 편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맘시터는 돌봄경제 트렌드에 부합하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그간 여성 혹은 가족의 역할로 규정돼 저평가됐던 아이돌봄 산업이 이제 신뢰와 더불어 지식과 정보가 동반되어야 하는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며 "가족 돌봄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육아의 고충을 '지불 가능'한 서비스로 도움 받고자 하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맘시터와 비슷하게 아이 돌봄 업계 '빅 3'로 불리는 플랫폼은 자란다와 째깍악어(커넥팅더닷츠)가 있다. 자란다는 업력이 가장 오래됐다. 2016년 워킹맘인 장서정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돌봄과 배움을 함께' 하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3~13세 아동이 주요 대상인데, 등록된 선생님은 25만 명이 넘는다. 성향검사, 아동 관련 범죄 전력 조회, 면접 등 8가지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사람만 선생님 자격을 얻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째깍악어' 운영사 커넥팅더닷츠 역시 만 1세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을 매칭해주는데, 이 회사는 오프라인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프라인 놀이 공간인 '째깍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 흐름에 '시니어 케어' 주목

돌봄경제가 노인 대상으로 확대되면 요양보호사 매칭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케어닥과 케어링은 각각 3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 설립된 케어닥은 앱 기반 간병인 매칭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 현재까지 홈케어 서비스, 방문요양 돌봄센터, 시니어 주거 등 노인의 생애와 동행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누적 거래액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케어닥과 경쟁하는 케어링은 단순 요양보호사 매칭을 넘어 '커뮤니티 케어'로 무대를 넓혔다. 한 분야의 요양 서비스가 아닌, 주거, 보건, 의료 등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말한다. 플랫폼에 등록된 요양보호사는 4만명, 직접 운영하는 센터는 12곳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밖에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재가요양기관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플랫폼 '요보사랑' 재가요양플랫폼 '스마일시니어' 등을 내놨다. 또 스트롱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보살핌은 지역 기반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 '케어파트너'를 선보였다.

'마음 아픈' 현대인 돌본다

새로운 돌봄경제 트렌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굳이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더라도 대중 모두가 돌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명상, 심리상담 앱이나 우울증 진단 플랫폼처럼 정신 건강에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정신 건강 플랫폼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2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AI 기반 심리검사와 개인 온오프라인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상담사 등 1600여 명의 전문가 인력을 확보한 게 경쟁력으로 꼽힌다. 심리상담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플랫폼으로는 메신저를 이용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휴마트컴퍼니의 '트로스트'나 앱을 통해 명상을 할 수 있는 '마보' 등이 꼽힌다. 또 AI 기술을 활용해 말동무 인형을 만든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는 마포구청 등 30곳 지자체와 협업해 돌봄 로봇을 입양했다. 노인들을 중심으로 감정을 분석하고 치매나 우울증, 자살 등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침 한방울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헬스케어 플랫폼도 등장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타액 속에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을 분석해 우울증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키트를 내놨다. 키트를 통해 수집된 타액은 이용자의 심리검사지와 함께 병원으로 보내진다. 일주일 정도 분석 과정을 거쳐 정상·관심·경계·위험 등 4단계로 결과를 보여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석정호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그밖에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는 돌봄경제에서 '관계돌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제시한다. 특정 사람이나 집단이 일방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게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서울과기대 대학생 창업자들이 모여 세운 헌혈 플랫폼 피플은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과 헌혈자들을 연결해준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에서 선정한 보건복지형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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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유치... 돌봄 시장 커질 것"

돌봄경제를 트렌드로 잡은 플랫폼 회사들은 많게는 수백억원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자란다의 누적 투자액은 448억원, 케어닥은 315억원, 아토머스는 350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 케어닥은 17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노인 돌봄 서비스 회사 포페런츠는 임팩트스퀘어로부터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돌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예전에는 부모 조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부모가 노인이 되면 자식이 돌봐야한다는 인식이 컸지만, 시간이 흘러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핵가족화 등 사회 구조 변화로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주체가 꼭 가족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자연스럽게 돌봄경제가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누군가에게 가족을 맡긴다는 심리적 거부감이 컸지만 점차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린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더불어 '긱 이코노미'와 같은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익숙함이 더해지면서 해당 영역 스타트업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자란다에 투자한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돌봄 서비스는 퀄리티컨트롤, 수요공급 매칭, 맞춤형 추천 등의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하는 문제 영역에 있다"며 "자란다에 기대한 부분도 서비스 오퍼레이션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해당 문제를 잘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또 보살핌에 투자한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노인돌봄에 대한 수요는 폭발할 예정이지만,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직업이기 때문에 질 좋은 인력의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분야를 전략적으로 파고든 플랫폼이 보살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돌봄, 특히 노인돌봄 시장은 정보 비대칭과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불편을 겪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