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원 삼성행' 김재윤 "오승환 선배와 함께 뛰길…kt에 감사"

"kt에서 행복하게 야구…어떤 말로도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포수 미트를 내려놓고, 마운드에 오른 순간부터 김재윤(33)은 '한국 야구 역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41)을 우상으로 삼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최대 58억원(계약금 20억원·연봉 합계 28억원·인센티브 합계 1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22일에도 김재윤은 오승환을 떠올렸다.

김재윤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승환 선배를 존경하지 않는 한국 투수가 있을까.

그래도 나는 다른 투수보다 조금 더 오승환 선배를 좋아한다"며 "오승환 선배와 함께 몸을 푸는 걸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상상해보니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긴다. 오승환 선배 바로 옆에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윤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50% 이상'이다.

일단 김재윤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이 원소속구단 삼성과 계약을 마무리하면, 삼성은 '오승환과 김재윤 더블 스토퍼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삼성 불펜진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평균자책점 5.16으로 이 부문 최하위(10위)에 그쳤다.

불펜 강화를 비시즌 최대 과제로 꼽았던 삼성은 kt wiz 마무리로 뛰던 김재윤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22일 FA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승환을 꼭 잡겠다"는 삼성의 의지도 강하다.

김재윤은 "오승환 선배님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kt가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려 함께 훈련했다.

올해 정규시즌 중에는 오승환 선배가 밥을 사주셨다"며 "우상을 눈앞에 보니 너무 떨려서 묻고 싶은 걸 다 여쭤보지 못했다.

삼성에서 함께 뛰게 된다면, 많은 걸 묻고 배우겠다"고 밝혔다.
김재윤은 휘문고를 졸업하고서 2009년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포수'로 계약했다.

루키리그와 싱글 A에서 뛴 김재윤은 방출 통보를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군 복무를 했고 2015년 kt에 2차 특별 13순위에 지명됐다.

kt에 지명될 때도 김재윤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하지만, 2015시즌을 준비하며 조범현 kt 초대 감독이 김재윤의 '강한 어깨'를 확인하고서 투수 전향을 권했다.

조범현 당시 감독은 연습 경기 중 심판진으로부터 "김재윤이 고교 시절부터 엄청나게 빠른 송구를 했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투수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막내 구단' kt가 1군 무대에 입성한 2015년부터 김재윤도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481경기 44승 33패 17홀드 169세이브 평균자책점 3.58이다.

2021∼2023년, 3시즌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 성적은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이다.
김재윤은 "투수로 전향했을 때는 1군에 올라가는 걸 꿈꿨고, 1군에 올라온 뒤에는 최대한 오래 버티자고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마무리 투수가 되고, FA 계약까지 하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과거를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kt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김재윤을 감싼다.

김재윤은 "kt는 '영원한 나의 첫 번째 팀'이다.

kt에서 만난 많은 분 덕에 지금까지 프로야구 선수로 살 수 있었다"며 "내가 부진했을 때도 격려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정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아직 kt를 떠났다는 걸 실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김재윤은 kt 구단 첫 100세이브, 150세이브 기록을 연이어 작성했다.

2021년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한 한국시리즈 4차전, 마지막에 마운드를 지킨 투수도 김재윤이었다.

김재윤은 "kt에서 행복하게 야구했다.

어떤 말로도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 김재윤은 삼성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FA 투수 중 가장 좋은 자원이라고 생각한 김재윤 선수를 영입하며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불펜을 보강했다"며 "김재윤 영입으로 뒷문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재윤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투수를 좋은 조건으로 영입해주셨다.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삼성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4년 계약이 종료됐을 때, 삼성이 '김재윤 영입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