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사태 지켜보겠단 대표팀…'품위 실추' 외면했단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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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분으로 공식전…클린스만 "당장 문제·죄 있다 할 수 없어"
대표팀 운영 규정엔 '품위 유지' 조항…"품위, 엄격히 따져봐야"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노리치 시티)를 공식 경기에 정상적으로 투입한 축구대표팀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황의조가 국가대표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황의조는 21일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후반 27분 조규성(미트윌란)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이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지 며칠 만에 공식전에 출전한 것이다. 지난 18일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는 그날 오후 팬들과 함께한 오픈트레이닝에도 나섰고, 19일 중국으로 선전으로 동행해 훈련 등 대표팀 공식 일정을 모두 정상 소화했다.
경기 당일인 21일 오전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의 피해자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 파문이 일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를 출전시켰다. 이에 중국전 3-0 완승을 자축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는 성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를 전국에 중계가 이뤄지는 그라운드에 내보낸 결정을 규탄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그런 논란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진행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당장 어떤 문제나 죄가 있다고 할 수 없기에 운동장에서 활약하도록 돕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40년 축구 인생에서 많은 이슈와 추측, 사건을 접하며 살았다. 무엇인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진 선수가 경기장에서 기량을 발휘하게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는 축구협회의 입장도 유사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황의조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정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없다.
경찰 조사 단계인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처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드러난 정황만으로 클린스만호에 개입해 황의조의 거취를 결정할 단계라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로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서 징계·결격 사유를 규정한 제17조를 보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하거나 운영 규정·훈련 규범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이외 사법 판결이나 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된 각종 사례를 결격 사유로 정해뒀다.
황의조처럼 혐의를 부인하는 선수에게 적용할 만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제6조에는 '품위 유지'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각 선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고, 사회적 책임감·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
위반 시 징계에 대한 별도 설명은 없으나, 타 경기 단체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판단해 선수의 처분을 결정할 때 이 '품위 유지' 조항을 주된 근거로 삼아왔다.
체육계에서는 황의조 사태에서 이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스포츠 시민단체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인 허정훈 중앙대 교수는 "음주운전, 도박, 마약, 성 비위는 우리 국민들이 반사회적이라고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다.
유죄나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도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품위를 손상했다고 폭넓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출전 등을 일단 멈추고 향후 공정위원회 등에서 따져보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특히 축구는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고, 청소년한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품위에 대해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허 교수는 "(전 연인과) 성관계를 촬영했고, 그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밖으로) 나와 문제가 된 게 사실"이라며 "당연히 유출한 이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유무죄를 떠나 이 상황이 청소년한테 모범이라 할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세계적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가 2015년 11월 체포된 후 기소됐을 때 프랑스 정부가 대표팀 하차를 종용하며 꺼내든 근거가 이처럼 '모범이 될 의무'였다.
벤제마는 대표팀 동료였던 마티외 발부에나(아폴론 리마솔)의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려는 일당과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마뉘엘 발스 총리는 "국가대표라면 타인에 모범이 돼야 한다"며 퇴출을 권고했고, 그해 12월 프랑스축구협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벤제마는 6년이 지난 2021년에야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문제의 혐의는 지난해 6월 벤제마가 항소를 포기해 최종 유죄로 확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 외적 문제에 휘말린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지난 6월에는 중국 랴오닝성 공안에 붙잡혀 구금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는 손준호를 대표팀에 발탁해 지지를 표한 바 있다. 동시에 박용우(알아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도, 그를 대표팀에 부른 클린스만 감독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연합뉴스
대표팀 운영 규정엔 '품위 유지' 조항…"품위, 엄격히 따져봐야"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노리치 시티)를 공식 경기에 정상적으로 투입한 축구대표팀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황의조가 국가대표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황의조는 21일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후반 27분 조규성(미트윌란)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이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지 며칠 만에 공식전에 출전한 것이다. 지난 18일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는 그날 오후 팬들과 함께한 오픈트레이닝에도 나섰고, 19일 중국으로 선전으로 동행해 훈련 등 대표팀 공식 일정을 모두 정상 소화했다.
경기 당일인 21일 오전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의 피해자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 파문이 일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를 출전시켰다. 이에 중국전 3-0 완승을 자축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는 성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를 전국에 중계가 이뤄지는 그라운드에 내보낸 결정을 규탄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그런 논란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진행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당장 어떤 문제나 죄가 있다고 할 수 없기에 운동장에서 활약하도록 돕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40년 축구 인생에서 많은 이슈와 추측, 사건을 접하며 살았다. 무엇인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진 선수가 경기장에서 기량을 발휘하게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는 축구협회의 입장도 유사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황의조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정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없다.
경찰 조사 단계인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처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드러난 정황만으로 클린스만호에 개입해 황의조의 거취를 결정할 단계라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로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서 징계·결격 사유를 규정한 제17조를 보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하거나 운영 규정·훈련 규범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이외 사법 판결이나 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된 각종 사례를 결격 사유로 정해뒀다.
황의조처럼 혐의를 부인하는 선수에게 적용할 만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제6조에는 '품위 유지'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각 선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고, 사회적 책임감·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
위반 시 징계에 대한 별도 설명은 없으나, 타 경기 단체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판단해 선수의 처분을 결정할 때 이 '품위 유지' 조항을 주된 근거로 삼아왔다.
체육계에서는 황의조 사태에서 이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스포츠 시민단체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인 허정훈 중앙대 교수는 "음주운전, 도박, 마약, 성 비위는 우리 국민들이 반사회적이라고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다.
유죄나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도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품위를 손상했다고 폭넓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출전 등을 일단 멈추고 향후 공정위원회 등에서 따져보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특히 축구는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고, 청소년한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품위에 대해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허 교수는 "(전 연인과) 성관계를 촬영했고, 그게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밖으로) 나와 문제가 된 게 사실"이라며 "당연히 유출한 이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유무죄를 떠나 이 상황이 청소년한테 모범이라 할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세계적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가 2015년 11월 체포된 후 기소됐을 때 프랑스 정부가 대표팀 하차를 종용하며 꺼내든 근거가 이처럼 '모범이 될 의무'였다.
벤제마는 대표팀 동료였던 마티외 발부에나(아폴론 리마솔)의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려는 일당과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마뉘엘 발스 총리는 "국가대표라면 타인에 모범이 돼야 한다"며 퇴출을 권고했고, 그해 12월 프랑스축구협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벤제마는 6년이 지난 2021년에야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문제의 혐의는 지난해 6월 벤제마가 항소를 포기해 최종 유죄로 확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 외적 문제에 휘말린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지난 6월에는 중국 랴오닝성 공안에 붙잡혀 구금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는 손준호를 대표팀에 발탁해 지지를 표한 바 있다. 동시에 박용우(알아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도, 그를 대표팀에 부른 클린스만 감독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