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우유·맥주·홈쇼핑·제약' 가리지 않고…눈물의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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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값 뛰는데 소비는 위축…비용부담 늘자 '감원 칼바람'소비 위축이 심화하면서 유통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매출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원재료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희망퇴직 소식이 줄잇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SPC그룹 계열 파리크라상이 15년차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1년6개월치 급여와 최대 1년치 학자금을 지급한다. 일부 장기근속자의 경우 복리후생 규정에 따라 점포 개설도 지원하기로 했다.업계에서는 원재료를 비롯한 비용 부담이 대폭 상승하자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 감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018년부터 자회사 피비파트너스를 통해 제빵기사를 직고용하기 시작한 파리크라상은 인건비 상승분이 생산비에 반영되는 구조다. SPC그룹 관계자는 "경영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하는 직원에 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 맥주(국내 수입명 칭따오 맥주)의 이른바 '소변 맥주' 파문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수입사 비어케이도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비어케이는 매출 대부분이 칭다오·라오샨 맥주에서 발생하는 구조라 이번 사태 파장이 컸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긴축 경영이 필요한 상황으로 회사의 존속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유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유제품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 원유를 비롯한 원재료비 상승 부담이 가중돼 인건비 감축에 나선 것. 희망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통상임금 18개월분을 위로금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9월에는 롯데홈쇼핑이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홈쇼핑업계가 시청자수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 증가로 고전한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반년간 새벽방송 중단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사측은 희망퇴직금으로 약 2년치 연봉을 제시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유통, 미디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변화 일환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인력감축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던 제약업계에서도 구조조정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GC녹십자는 희망퇴직 방식의 상시 퇴직 제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으로 전체 조직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계) 치료제 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가 이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임직원의 약 30%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올해 5월 일동제약그룹과 8월 유유제약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적극 고용에 나서지 않아 취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그룹 계열사 메가마트가 신입사원 지원자 최종 면접을 앞두고 경영악화를 이유로 채용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메가마트는 지난달 5일부터 19일까지 구매(MD), 기획, 마케팅 분야 대졸 신입사원을 10명 이내로 채용할 계획이었다. 메가마트는 10~11월 실적 악화로 신입사원 채용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