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협, 의대 증원 회의 10분만에 '파행'

정부 "의사 부족하다면서 의대 증원 반대하는 건 모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 발표 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지만 대립각만 세우다 10분 만에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2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전날 복지부가 대학들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를 발표한 뒤 처음 협상에 나선 것이다.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작심한 듯 먼저 입을 열고 "(정부에서) '핵폭탄'을 날리셔서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필수·지역의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는데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며 "이는 고양이(대학)한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전날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결과 발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대로 정원 확대를 강행하면 총파업 등 2020년 파업 수준을 넘어서는 강경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막 의대 정원 증원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벌써 의료계에서는 총파업과 강경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병원의 인력이 부족하고, 수억원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정 정책관은 의대 정원 수요 조사에 대해 "정원을 늘리려면 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니까 진행한 조사였다"며 "세부적으로 학교별 교직, 교원의 수, 수련받는 병원의 역량까지 조사했다. 이를 고려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한 차례 설전을 벌인 양측은 모두발언 직후 회의를 마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