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공의료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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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코로나19를 통해 공공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다. 공공병원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대비 매우 작은 비중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환자 치료에 전념하며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사명감을 갖고 확진자 치료에 헌신한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은 엔데믹과 함께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종료 후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병상 가동률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지난 8월 기준 53%에 그쳤다. 2019년 78.4% 대비 약 25%나 줄어들었다.공공의료는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의료를 보장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녔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십자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의 중대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대한국적십자병원 개원과 함께 지난 118년간 적십자병원을 통해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적십자병원은 현재 희망진료센터와 누구나진료센터 운영을 통해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누구나진료센터에 방문한 50대 러시아 이주노동자의 뇌졸중 전조증상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조치함으로써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 사례도 있었다.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를 위해 의료진 확충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의 공공의료 정책으로는 실력 있는 필수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와 의료단체 그리고 시민 대표가 함께 모여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의대 정원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당장 적용 가능한 기본 실행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필수 의료진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의료 과목의 과감한 수가 인상,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제, 불가피한 공익적 적자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이 아주 높다. 하지만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의 비율은 매우 낮고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 문제 또한 심각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과 지역 내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에 공공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가 확충되길 기대해본다.